Random.GG

카페회사

카페 회사: 커피 컵에 담긴 인생들

나는 매일 아침 같은 카페, 같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열고 사람들의 인생을 사기로 먹고 산다. 명함에는 '투자 상담사'라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영혼의 중개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카페의 문을 열자 로스팅 향과 절망이 뒤섞인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고 노트북을 펼친다. 검은 액정 속에 반사된 내 얼굴은 이미 지쳐 보였다. 오늘의 첫 고객이 들어오기까지는 30분의 여유가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주문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양복은 깔끔했지만 넥타이가 살짝 비뚤어져 있었다. 그가 내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미 그의 이력서는 내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 김정훈, 38세, 중견 광고 회사 팀장, 15년 근속. 그리고 어제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

"정훈 씨, 앉으세요." 내가 말했다. "오늘 여기 오신 것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겁니다."

그의 눈에서 공포와 기대가 동시에 빛났다. 바리스타가 그의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었다. 잔에서 올라오는 김과 함께 그의 긴장도 증발해 나갔다.

"저희 회사는 특별합니다." 내가 설명을 시작했다. "당신의 남은 경력을 5년, 10년, 혹은 20년까지 통째로 구매합니다. 일종의 선물 계약이죠. 회사는 당신의 미래 노동력에 선투자하고, 당신은 지금 목돈을 받는 겁니다."

정훈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이내 의심으로 가득 찼다. "그게 가능한가요? 법적으로..."

"이 카페가 저희 회사의 유일한 면접 장소인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오는 모든 손님은 자신도 모르게 계약서에 서명합니다. 저 메뉴판 뒷면의 작은 글씨, 읽어보신 적 있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법적 권리를 일시적으로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10년에 3억입니다. 지금 당장 계좌로 입금해 드릴 수 있어요." 내가 제안했다.

정훈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떨렸다. "그런데... 그 돈을 받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지정한 회사로요. 급여는 최저임금, 퇴직은 불가능합니다. 10년 동안은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카페 내부에 흐르는 재즈 음악이 갑자기 음산하게 들렸다. 나는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옆 테이블에서는 또 다른 바리스타가 새로운 손님에게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건네고 있었다.

정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계약서는 어디에... 서명하면 되죠?"

나는 빈 커피 잔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마신 아메리카노 잔 바닥에 희미하게 새겨진 계약서 문구를 발견했다. 이미 그의 서명은 완료된 상태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의 지문과 DNA가 잔에 묻어 생체 인증이 진행된 것이다.

카페를 나서며 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런 계약을 맺은 사람이 많은가요?"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출근길 인파를 가리켰다. "여기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요." 그리고 내 자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