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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보드게임

판타지 보드게임: 마지막 주사위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멈췄을 때, 내 심장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검은 주사위의 윗면에 떠오른 붉은 숫자 1은 어둠 속에서 피처럼 번졌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이런, 아쉽게도 당신의 차례는 끝났군요, 마이클."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얼굴은 촛불 아래 깊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눈동자만은 기이하게 젊고 날카로웠다. 어린 맹수의 것처럼.

나는 보드게임 '판타지아의 문'의 규칙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서 이 게임을 발견했을 때, 주인은 이상하게도 거의 거저 주다시피 했다. "한 번도 끝까지 플레이한 사람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게임판 위의 내 말이 갑자기 진동하더니 붉은 빛을 내뿜었다. 손가락 크기의 기사 모형이었지만, 지금은...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착각일까? 그때 기사의 검이 실제로 빛나기 시작했다.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건너는 것." 노인이 말했다. "당신이 던진 주사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죠. 1이 나왔으니, 당신의 영혼이 게임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웃음을 지으려 했지만 입술이 마비된 듯했다. 내 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걱정 마세요. 영원히 갇히는 건 아닙니다. 다음 플레이어가 6을 던지면 당신은 풀려나요... 물론, 그럴 확률은 1/6이지만."

주변이 흐려지고 게임판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거대한 성벽, 깊은 숲, 화산과 얼음 황무지가 실제 풍경으로 변했다. 내 몸은 작아지고, 손에는 차가운 쇠 검이 쥐어졌다. 기사의 갑옷이 내 피부처럼 느껴졌다.

"마이클, 당신은 53번째예요." 하늘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까지 빠져나간 사람은 단 여덟 명뿐이지만, 희망을 잃지 마세요. 이곳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니까요. 혹시 지루하면..." 노인이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찾아보세요. 그들도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멀리서 드래곤의 포효가 들려왔다. 숲에서는 눈동자들이 반짝였다. 내 위에는 거대한 손이 또 다른 주사위를 집어 들고 있었다. 이제 나는 이해했다. 이 게임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단지 플레이어가 바뀔 뿐. 노인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쳤다. "자, 다음 주사위는 누가 던질까요?" 그리고 난 달리기 시작했다—판타지 세계의 새로운 주인공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