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생존: 현실이 된 동화책
그날 아침, 책장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페이지 사이로 흘러나온 금빛 가루가 내 방을 채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으로 공중에 맴도는 빛의 입자들을 건드리자 전기가 통한 듯 찌릿한 감각이 온몸을 관통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나는 더 이상 내 아파트에 있지 않았다. 발 아래로는 푸른 이끼가 덮인 바위가, 머리 위로는 두꺼운 가지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숲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새들의 지저귐은 어딘가 기묘했고, 공기는 마치 오래된 양피지 냄새와 싱그러운 풀잎 향기가 뒤섞인 듯했다.
"환영합니다, 이야기의 세계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키가 작은 노인이 내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반짝이는 은색 수염을 가진 전형적인 동화 속 현자처럼 보였다. "당신은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됐소.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뿐이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으려 했지만, 노인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에는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 한 권만이 남아있었다. 첫 페이지에는 내 이름과 함께 시작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녀는 동화의 숲에 떨어졌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고 있는 유일한 독자가 되었다.'
책을 넘길수록 나는 공포에 질렸다. 페이지마다 내가 맞닥뜨릴 위험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인어의 눈물을 훔쳐야 했고, 용의 심장을 속여야 했으며, 마녀의 저주를 풀어야 했다. 이 모든 모험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은 찢겨 있었다.
갑자기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책에 적힌 대로 첫 번째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가 고팠지만 어떤 열매가 독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식량을 구할 수 없었다. 밤이 오자 추위가 몰려왔지만 불을 피울 도구도 없었다. 판타지 세계의 생존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했다.
며칠이 지나며 나는 조금씩 적응해갔다. 동화 속 상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있었지만, 책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오늘은 세 번째 위험을 맞닥뜨릴 예정이었다. 마법의 거울 앞에 섰을 때,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얼굴이 비쳐졌다. 책에서는 거울 속 자신을 부정하면 죽는다고 했다.
"당신은 누구죠?" 내가 물었다.
거울 속 여자가 웃었다. "나는 당신의 작가예요. 당신을 이 세계로 보낸 사람이죠."
그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됐다.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찢겨진 이유. 나는 내가, 또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나는 이제 내 이야기를 직접 써내려가기로 결심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작가에게 말했다. "이제 내가 결말을 만들 차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