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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화장품

판타지 화장품: 네 얼굴에 그려진 세계

할머니의 화장대 서랍에서 발견한 작은 보랏빛 유리병은 '판타지아'라는 이름만큼이나 신비로웠다. 날 때부터 볼에 자리 잡은 흉터가 시선을 끌지 않길 바라며, 나는 조심스레 그 화장품의 뚜껑을 열었다.

달콤한 보라색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올라왔다. 라벤더와 별빛을 섞어 만든 듯한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손가락으로 조금 떠서 흉터에 바르자, 피부가 따끔거리며 열을 내뿜었다. 거울 속 내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흉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반짝이는 작은 별들로 변해 있었다.

"그건 평범한 화장품이 아니란다." 문간에 서 계신 할머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사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네 안에 있는 세계를 밖으로 끌어내는 거야."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니 내 얼굴의 별자리는 더 선명해져 있었고, 입술에선 작은 불꽃이 일렁였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것이 화장품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늘 그런 모습이었던 것처럼.

"너 얼굴에 우주가 있어," 점심시간에 평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던 미술부 소년이 다가와 말했다. "그림으로 그려도 될까?"

일주일이 지나자 내 얼굴은 작은 판타지 세계로 변해갔다. 볼에는 작은 숲이 자라났고, 이마에는 은빛 호수가 일렁였다. 밤에는 그 세계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내가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살아 숨쉬는 세계를.

그러던 어느 날, 화장대 위에서 유리병이 사라졌다. 할머니도 그런 화장품을 준 적 없다고 했다. 공포에 질려 거울로 달려갔지만, 내 얼굴은 여전히 판타지 세계를 간직하고 있었다.

"판타지아는 마법 같은 게 아니야," 할머니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네가 항상 가지고 있던 거란다. 단지 그걸 볼 수 있게 도와준 것뿐."

오늘도 거울 속에서 내 얼굴의 세계는 계속 변화한다. 때로는 폭풍우가 치고, 때로는 무지개가 뜬다. 그리고 예전에는 숨기고 싶었던 흉터 자리에서, 이제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더 이상 화장품을 찾지 않는다. 그 대신, 매일 밤 내 얼굴에 그려진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아마 당신의 얼굴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판타지 세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