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영화: 우리가 입는 이야기
그녀의 장례식에 나는 그녀가 가장 싫어했던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갔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리나는 항상 "검은색은 창의력의 부재"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무채색이 내 마음을 정확히 대변했다.
리나의 아파트는 그대로였다. 벽에 붙은 수백 장의 패션 스케치들, 실이 얽힌 재봉틀,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작업하던 의상이 마네킹에 걸려 있었다. 반짝이는 실버 시퀸으로 뒤덮인 그 드레스는 마치 살아있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빛을 반사했다. 손가락으로 천을 만지자 차가운 질감이 내 손끝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유작이 될 뻔했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렸다. 리나의 조수 마크가 문간에 서 있었다. "영화제 시사회용이었어요. 그녀가 항상 꿈꿔왔던 레드카펫 데뷔작이었죠."
책상 위에는 리나가 남긴 스크랩북이 펼쳐져 있었다. 각종 영화 스틸컷과 의상 디자인이 가득했다.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레이스 켈리의 '리어 윈도우', 마를린 먼로의 '7년만의 외출'... 그리고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내가 주연했던 저예산 독립영화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알고 계셨나요?" 마크가 물었다. "리나가 당신의 모든 영화를 소장하고 있었다는 걸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이 드레스는 당신을 위한 것이었어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리나와 나는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지만, 내가 연기를 택하고 그녀가 패션의 길을 걸으면서 서서히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5년 전, 그녀가 내 연기를 혹평하고 나는 그녀의 디자인을 "너무 영화 같다"고 비웃었던 그 날이었다.
마크는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리나가 남긴 편지예요. 그리고 새 영화 오디션 초대장이에요. 당신을 위해 보관하고 있었답니다."
편지를 펼쳤다.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네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야. 우리의 예술이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눈물이 편지 위로 떨어졌다.
다음 날, 나는 리나의 드레스를 입고 오디션장에 섰다.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나는 느꼈다 - 이 순간, 패션과 영화가 만나는 이 장면에서, 리나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시퀸이 만들어내는 빛의 파동은 마치 리나의 웃음소리처럼 공간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