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호러: 마지막 컬렉션의 비밀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맹세코 방금 전까지는 그 눈이 정면을 향해 있었는데, 내가 지나가자 고개를 돌렸다고 확신했다. 어둠이 내린 아틀리에에 혼자 남겨진 내가 예민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리 패션 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내 첫 컬렉션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선배 디자이너 마르코의 갑작스러운 실종 이후, 그의 브랜드 '루누아르'의 바통을 이어받은 나는 압박감에 숨이 막혔다. 그의 아틀리에는 미궁처럼 복잡했고, 특히 지하실의 잠긴 문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르코, 당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죠?" 나는 천장의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작업대 위에는 반쯤 완성된 드레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마르코의 마지막 작품은 '피의 컬렉션'이라는 이름이었다. 그가 남긴 스케치는 기묘하게도 모두 붉은색 잉크로 그려져 있었고, 옷감 샘플은 만질 때마다 이상하게 따뜻했다.
가위를 집어 들어 붉은 실크 원단을 자르려는 순간, 손가락에서 피가 흘렀다. 날카로운 가위에 베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원단 자체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원단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순간 아틀리에의 모든 마네킹들이 일제히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알아야 해요." 귓가에 속삭임이 들렸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지하실에 있어요. 모든 비밀이."
두려움을 누르고 지하실 열쇠를 찾아 헤맸다. 마르코의 책상 서랍 맨 안쪽에서 작은 열쇠를 발견했고, 떨리는 손으로 지하실 문을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실은 거대한 작업실이었고, 수십 개의 인체 모형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마네킹이 아니었다.
"내 컬렉션은 언제나 진짜여야 했어." 어둠 속에서 마르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작업대 앞에 서 있었고, 손에는 피 묻은 가위를 들고 있었다. "패션은 희생을 요구해. 완벽한 실루엣을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가치가 있지."
인체 모형들이 사실은 사람의 피부로 만든 옷을 입은 시체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달려갔다. 하지만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내 컬렉션의 마지막 작품은 네가 될 거야." 마르코가 가위를 들고 다가왔다. "네 피부는 가을 컬렉션에 완벽한 색감을 줄 거야."
다음 날 아침, 동료 디자이너들은 루누아르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남긴 마지막 쪽지를 발견했다. "패션은 영원하고, 트렌드는 돌아온다." 파리 패션 위크에서 루누아르의 컬렉션은 역대 최고의 찬사를 받았고, 특히 피부처럼 생생한 질감의 핏빛 드레스는 업계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