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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화장품

패션의 이면: 화장품이 감춘 진실

그녀의 얼굴이 거울에서 부서져 내렸다. 수많은 조각으로 분해된 피부 위로 화장품이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소현은 천 원짜리 화장솜에 리무버를 듬뿍 묻혀 얼굴을 문질렀다. 그녀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파리 패션위크 모델 최종 선발, 축하해요." 문자 메시지를 읽자마자 소현의 손이 떨렸다. 열다섯 살부터 꿈꿔왔던 국제 무대. 마침내 그 문이 열렸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문자의 두 번째 줄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계약 조건: 화장품 브랜드 '리얼페이스' 독점 사용 의무."

리얼페이스. 소현은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난달 친구 지민이 그 화장품을 사용한 뒤 심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하지만 그 사건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리얼페이스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라는 슬로건으로 SNS를 장악했고, 셀럽들은 앞다투어 그들의 제품을 찬양했다.

소현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결정까지 4시간. 그녀는 리얼페이스의 본사로 향했다. 화려한 패션 사진들로 장식된 고층 빌딩 로비는 마치 예술 갤러리 같았다. 18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완벽하게 메이크업된 얼굴 아래, 무엇이 진짜 자신일까?

"소현 씨, 들어오세요." 마케팅 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사무실 벽에는 리얼페이스를 홍보하는 모델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계약서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소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계약서를 훑어보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눈이 멈췄다. '제품 부작용에 관한 모든 언급은 엄격히 금지되며, 위반 시 모든 법적 책임은 계약자에게 있음.'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USB를 꺼냈다. 지민의 병원 기록과 그녀가 몰래 수집한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겨 있었다.

"이거, 서명하기 전에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소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다음 날 아침, 서울의 모든 뉴스 헤드라인은 같았다. "패션 모델 지망생, 화장품 거대 기업의 은폐된 진실 폭로." 소현의 파리 패션위크 꿈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떤 화장품도 지울 수 없는 진짜 미소가 빛났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현은 처음으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얼굴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