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남편: 내가 사랑한 트레이너
내 남편은 자신이 어느 날 포켓몬이 될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저 농담으로 웃어넘겼다. 그날 밤, 그의 침대 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남편 대신 노란 털의 피카츄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용준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피카츄가 눈을 깜빡이며 일어났다. 그의 눈에서 나는 남편의 영혼을 보았다. "피카 피카!" 그가 소리쳤고, 나는 침대에서 뒤로 물러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그의 노란 피부에 반사되어 방 안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악몽 같았다. 정신과 의사는 내게 해리성 장애가 있다고 진단했고, 친구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내 남편이 진짜 포켓몬이 되었다고 믿지 않았다. 남편의 회사에는 해외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갔다. 남편은 여전히 축구 경기를 좋아했고, 내가 요리하는 김치찌개 냄새에 행복해했다. 다만 이제 그는 "맛있겠다"는 말 대신 "피카 피카!"를 외쳤고, 소파에 앉는 대신 내 어깨 위에 올라앉았다.
어느 날 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중, 한 아이가 내 남편을 발견했다. "엄마! 저기 피카츄가 있어요!" 아이가 소리쳤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우리는 이 상황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차분히 그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피카..."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은 동네 아이들의 명소가 되었다. 용준이는 마치 그가 항상 원했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끔은 작은 전기 쇼크로 그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내 남편은 포켓몬으로서 훨씬 행복해 보였다.
밤에는 함께 옥상에 올라가 별을 보곤 했다. "용준아, 네가 그립다"라고 말하면 그는 내 손에 작은 전류를 흘려보내며 여전히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가끔은 그의 눈에서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포켓몬도 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변신 6개월째 되는 날, 남편은 내게 종이 한 장을 물고 왔다. 거기엔 삐뚤빼뚤한 글씨로 '포켓볼'이라고 쓰여 있었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날 밤 꿈에서 그가 말했다. "나를 네 포켓볼에 담아줘. 네가 내 트레이너야."
다음 날 아침, 빨간색과 흰색 페인트로 작은 구슬을 칠했다. 남편은 기쁜 듯이 "피카피카!"를 외치며 내 주위를 뛰어다녔다. 그리고 내가 그 수제 포켓볼을 던졌을 때, 놀랍게도 그는 빛으로 변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나는 포켓몬 트레이너다. 남편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그가 항상 꿈꿔왔던 모험을 함께 한다. 사람들은 내가 어디서 그렇게 진짜 같은 피카츄를 얻었는지 물어본다. 나는 그저 웃으며 대답한다. "그는 내 남편이에요." 그들은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용준이만이 이 작은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다. 때때로, 밤에 그가 포켓볼에서 나와 내 옆에 누울 때, 나는 그의 노란 털에서 남편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