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보드게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빨간 주사위를 던졌을 때, 그 애가 실제로 발광하기 시작할 줄은 아무도 몰랐어." 쇼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찰에게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우리는 지금 경찰서 취조실에 앉아 있다.
모든 것은 세영이네 지하실에서 발견한 그 낡은 상자로부터 시작됐다. '포켓몬 마스터: 현실판' 이라고 적힌 보드게임이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오래된 박스 안에서 나온 것은 놀랍도록 정교한 미니어처 포켓몬 피규어들과 반짝이는 주사위들, 그리고 황변된 게임 보드였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말을 움직이고, 멈춘 칸에 해당하는 포켓몬을 소환하세요." 설명서의 첫 문장은 그렇게 단순했다. 우리는 웃으며 주사위를 굴렸다. 처음에는 그저 보드게임일 뿐이었다.
세영이가 첫 번째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방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진동했다. 나는 에어컨 바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피카츄 칸에 말을 놓자, 노란 피규어가 미세하게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도 이상함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주사위는 '6'을 보여줬고, 말은 '리자몽' 칸에 멈췄다. 피규어를 집어들었을 때, 손바닥에 갑작스러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집 안의 전등이 깜빡였다.
"다음은 내 차례야." 민수가 말했다. 그가 던진 빨간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이상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한 불빛이었다가, 점점 강렬해졌다. 누구도 주사위를 멈출 수 없었다. 민수가 '9'를 굴려 '뮤츠' 칸에 도달했을 때, 방 안이 갑자기 밝은 보라색 빛으로 가득 찼다.
다음 순간, 우리 앞에는 실제 크기의 뮤츠가 서 있었다. 그 눈에서 초자연적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몸이 얼어붙은 채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뮤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 후, 텔레파시로 말했다. "소환자가 누구인가?"
민수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뮤츠는 한 걸음 다가와 민수의 눈을 깊게 들여다봤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포켓몬 세계와 너희 세계의 문을 여는 고대의 의식이다. 한 번 시작하면, 모든 참가자가 승리하거나... 모두가 패배한다."
경찰관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다. "그래서 뮤츠가 세영이네 집 지붕을 날려버렸다는 겁니까? 장난치지 마세요, 애들아."
쇼는 주머니에서 반쯤 녹아내린 빨간 주사위를 꺼내 보여줬다. 그것은 아직도 희미하게 맥박 치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다음 턴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세요?" 쇼가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바라봤다. 보드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굴러가고 있을 주사위가, 우리의 다음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