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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소개팅

포켓몬 소개팅: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첫 만남에서 절대 포켓몬 얘기를 꺼내지 마세요."라는 친구의 조언이 귀에 맴돌았지만, 소개팅 상대가 핸드백에서 꺼낸 피카츄 키링을 본 순간 내 입은 이미 열리고 있었다.

"혹시... 포켓몬 좋아하세요?"

그녀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카페의 바닐라 향기 속에서 우리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는 물타입 트레이너였고, 나는 불타입. 어쩌면 우리는 상극일지도 모른다는 농담에 함께 웃었다.

"실은 이번이 열 번째 소개팅이에요," 그녀가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말했다. "전부 다 실패했죠. 마지막 남자는 제가 서른인데 아직도 포켓몬을 좋아한다는 게 유치하대요."

벚꽃이 흩날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대답했다. "전 포켓몬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생의 은유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자신만의 포켓몬을 선택하고, 훈련시키고, 함께 성장하잖아요."

대화는 점점 깊어졌다. 그녀의 직장 동료들은 그녀를 '현실 도피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는 내 가족이 내 취미를 '어린애 같다'고 무시한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봤다.

"사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마스터볼로 뮤츠를 잡을 확률보다 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가 말했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헤어질 시간,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물었다. 번호를 저장하는 그녀의 화면을 흘끗 보았을 때, 내 이름 옆에 작은 몬스터볼 이모티콘이 추가되었다.

"다음 만남은 포켓몬 센터 카페 어때요?" 내가 제안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제 집에서 포켓몬 영화 마라톤은 어떨까요? 제가 모든 시리즈를 가지고 있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문득 깨달았다. 소개팅에서 진짜 중요한 건 상대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라는 걸. 포켓몬 마스터가 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만남이 내게는 '와일드 포켓몬'과의 첫 만남 같았어요. 도망치지 않고 싶습니다."

그녀의 답장이 왔다. "걱정 마세요. 전 이미 당신을 선택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