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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호러

포켓몬 호러: 친구였던 그림자

피카츄의 울음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린 건 일주일 전이었다. 내 어깨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제 그는 어디에도 없다.

"트레이너들은 포켓몬이 사라지면 단순히 '도망쳤다'고 말해. 하지만 네가 정말 알고 싶어?"

오박사의 연구실은 늘 햇살이 가득했지만, 오늘은 유독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연구 자료들 사이에서 노교수는 오래된 녹음기를 꺼냈다. 테이프에는 '포켓몬 소멸 현상 - 기밀'이라고 적혀 있었다.

"모든 포켓몬은 잡히기 전에 야생의 본능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몬스터볼이 그 본능을 억압하는 거지. 하지만 가끔... 그 억압이 실패할 때가 있어."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처음엔 정적이었다가, 이내 낮은 웅얼거림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숨이 막힐 듯한 공포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이건... 라이츄의 마지막 목소리야. 진화한 지 24시간 만에 '그것'이 일어났지."

녹음 속에서 웅얼거림은 점점 왜곡되더니, 마침내 인간의 말로 변했다. "나... 돌아가고... 싶어... 몸이... 내 것이... 아니야..."

오박사는 서랍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곳에는 웃고 있는 한 트레이너와 그의 옆에 선 피카츄가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피카츄의 그림자가 이상했다. 그것은 피카츄의 형태가 아니라,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몬스터볼은 포켓몬의 물리적 형태만 가두는 게 아니야. 그들의 의식도 재구성하지. 그런데 가끔... 그 의식이 깨어나. 그리고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지."

손이 떨렸다. "그럼 피카츄는..."

"네 피카츄는 이미 '기억'을 되찾았을 거야. 그리고 지금... 아마 네 그림자 속에 있을 걸."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형태가 아니었다. 그림자의 끝에서 긴 귀가 솟아오르고, 번개 모양의 꼬리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익숙한 "피카 피카"라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진짜 포켓몬 트레이너였던 적은 없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