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MBTI: 너의 본성을 선택해
포켓몬 센터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포켓몬 분석사 지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지난 3일간 그랬던 것처럼.
"교수님, 그냥 포기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 실험은 위험해요." 조수 민아가 말했다.
지호는 손을 흔들어 그녀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5년간의 연구가 마침내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이었다. 포켓몬의 MBTI를 분석해 그들의 진화와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이것이 완성되면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관계는 영원히 바뀔 것이다.
연구실의 공기는 전자 장비에서 나오는 청록색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화면에는 수천 마리 포켓몬의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다. 피카츄는 대부분 ENFP로, 충동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을 보였다. 꼬부기는 주로 ISTJ로, 충실하고 책임감 있는 특성을 가졌다. 이상해씨는 INFJ로, 직관적이면서도 이타적이었다.
"박사님." 민아가 다시 말을 걸었다. "잘못하면 포켓몬들의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겁니다. 트레이너들이 이 데이터를 이용해 포켓몬을 조종하려 들면 어떡하죠?"
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 연구실 문이 열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 트레이너였다. 그의 어깨에는 이브이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약속대로 이브이를 데려왔어요."
지호의 눈이 빛났다. 이브이, 진화의 가능성이 무한한 포켓몬. 그의 연구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환영합니다, 준서 군. 이브이를 스캐너에 올려주세요."
스캐너가 작동하자 연구실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이브이의 MBTI 분석이 시작되었다. 화면에는 수치가 격렬하게 변동했다.
"이상해요," 지호가 중얼거렸다. "모든 지표가 계속 변하고 있어."
민아가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성향으로 고정되지 않네요."
그때였다. 이브이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진화의 빛이 아니었다. 빛은 점점 강해져 연구실 전체를 감쌌다.
경보가 울리고,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었다.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이브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스캐너 위에는 한 장의 종이가 놓여 있었다.
지호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거기에는 한 줄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당신의 상자에 담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날 이후, 전 세계의 포켓몬 센터에서 같은 현상이 보고되었다. 포켓몬들이 자신의 MBTI 유형을 뛰어넘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재앙이라 불렀고, 다른 이들은 진정한 파트너십의 시작이라 환영했다.
지호는 그의 연구실 창문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무지개 빛깔의 이브이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그 메시지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이해했다. 진정한 연결은 분류가 아닌 수용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