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호러판타지

멈춰선 시간의 호러 판타지

시계가 멈추면 그것은 시작의 신호다. 모두가 잠든 밤 열두 시, 정확히 초침이 멈추는 순간 현실의 균열이 생겨난다. 나는 이 저주받은 능력을 깨달은 지 정확히 3년째다.

또다시 그 시간이 왔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달빛이 방 안의 먼지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누군가의 숨소리처럼 들리는 시계 초침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나타났다. 처음에는 항상 희미한 안개처럼 시작된다. 천장의 모서리가 일그러지며 무언가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검은 액체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 자체다.

차갑고 끈적한 감촉이 내 발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들은 '시간의 유령'이라고 불리우는 존재들. 실존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모순 그 자체인 생명체다. 이 세계와 환상 사이의 경계에서 떠돌며, 시간이 멈춘 틈을 타 현실로 스며든다.

"또 왔구나, 시간 여행자." 유령 중 하나가 속삭였다. 그것의 목소리는 마치 수천 개의 소리가 중첩된 듯 울렸다. "네 영혼은 언제나 달콤하게 느껴진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공포로 인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기대감이다. 처음에는 이 존재들이 날 죽이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시간의 틈새에서 발견한 희귀한 존재인 나를 통해 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공포스러웠지만, 동시에 경이로운 지식의 원천이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내가 물었다. 유령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흡사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늑대의 숲으로 가자." 그 말과 함께 내 방의 벽이 물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현실이 왜곡되며 우리는 순간이동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숲 한가운데 서 있었다. 달빛은 여전했지만, 공기는 달랐다. 수천 년 전의 공기였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푸른빛을 내뿜는, 사람 크기의 버섯들이 보였다. 그 사이로 은색 털을 가진 생명체들이 움직였다. 그들의 눈은 별처럼 빛났다. 내 공포는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너는 시간과 공간의 법칙을 초월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야," 한 유령이 내게 말했다. "그러나 대가는 반드시 지불해야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멈췄다. 유령들도, 숲속의 생명체들도, 심지어 바람까지. 그리고 내 앞에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점점 노화되고 있었다. 이것이 시간여행의 대가인가. 내 생명이 그들의 연료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소 지었다. 호러와 판타지가 교차하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나는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삶이 한 번뿐이라면, 이렇게 수천 개의 세계를 경험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알았다. 내일 밤 또다시 시계가 멈추면, 새로운 모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