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공포: 호러 컬렉션
마네킹이 눈을 깜빡였다.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다. 백화점의 늦은 밤, 보안 순찰을 도는 내게 피로가 몰려온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깜빡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매끈한 플라스틱 눈꺼풀이 내려갔다 올라오는 모습이 내 손전등 빛에 또렷이 포착되었다.
"여기 보안인데요. 누구 있어요?" 내 목소리가 텅 빈 플로어에 메아리쳤다. 어둠 속에서 신제품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들이 더 이상 단순한 전시품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한 무리의 관객처럼, 침묵 속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순간 고급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기계적으로. 그 움직임은 자연스럽지 않았지만, 분명 의도적이었다. 내 동공이 공포로 확장되었다. 다음 순간, 모든 마네킹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화 유리 쇼케이스 안의 디자이너 가방들이 스스로 열리고 닫히며 가죽 악어 입처럼 덜컹거렸다.
"이게 무슨...?"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장 앞줄의 마네킹이 한 발짝 내디뎠다. 런웨이를 걷듯 부자연스러운 우아함으로. 그들의 표정은 여전히 공허했지만, 어딘가 굶주린 듯했다. 내 손전등이 바닥에 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명품관 직원들은 새 시즌 컬렉션이 완벽하게 정돈된 채 진열된 것을 발견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네킹들의 포즈가 모두 바뀌어 있었고, 그들의 표정이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보안 담당자였던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주일 후, 백화점 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쇼가 열렸다. 신상품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놀랍도록 사실적인 인간형 마네킹이었다. 특히 그중 하나는 너무나 생생해서, 몇몇 고객들은 그것이 마치 숨을 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 피부와 똑같은 질감의 신소재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그 전시품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영원히 패션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양이 되었다.
쇼룸의 조명이 꺼지고 모두가 떠난 후, 마네킹들 사이에서 속삭임이 오갔다. "다음은 누구지?" 최신 트렌드의 옷을 입은 그들의 눈이 출입문을 향해 반짝였다. 패션계에서는 매 시즌 새로운 희생자가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