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포켓몬: 네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니었을 텐데
밤하늘에 둥둥 떠 있는 달빛만이 소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내 마지막 구원자는 겨우 열 살배기 아이었다. 그 아이가 지금 내 볼 위의 먼지를 닦아내고 있었다. 흙 속에서 반짝이는 내 붉은 눈을 발견했을 때, 그의 표정에서 기쁨이 번졌다. 나를 이 어둠에서 해방시켜준 주인님. 내가 그토록 기다려온 사람.
"와, 포켓볼이다! 이렇게 오래된 것은 처음 봤어!"
소년은 나를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그의 방은 포켓몬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 아이러니한 광경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수십 년 전, 내가 실제로 존재했던 시절의 추억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픽션으로 포장된 진실. 귀여운 캐릭터들로 둔갑한 우리의 모습.
밤이 깊어지고, 소년은 나를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비쳐 들어오면서 내 금속 표면에 반사되었다. 바로 그때였다. 내 안에 갇힌 '그것'이 깨어나는 순간.
"누구...세요?"
소년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그는 방 구석에서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는 어둠의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켓볼 안에 봉인되었던 존재가 마침내 자유를 얻은 것이다.
"피카...츄."
그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왜곡되어 있었다. 노란 형체가 달빛 아래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소년이 알고 있던 그 귀여운 생명체와는 전혀 달랐다. 눈에서는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피부는 부패한 듯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입에서는 이빨이 너무 많이, 너무 날카롭게 돋아나 있었다.
"포...켓...몬..."
소년의 얼굴에서 모든 혈색이 사라졌다. 그가 알던 애니메이션 속 친구들은 사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생체병기였다. 전쟁이 끝난 후, 너무 위험해서 모두 포켓볼에 봉인한 채 땅에 묻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실은 동화가 되었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고 싶었지? 축하해. 네가 첫 번째야."
소년의 비명이 밤공기를 가르는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인간들은 왜 위험한 것을 본능적으로 욕망하는 걸까. 열 살짜리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진짜' 포켓몬과의 만남. 달빛 아래 창가에 앉아, 나는 다음 주인을 기다리며 붉은 눈을 반짝였다. 너도 포켓몬 마스터가 되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