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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패션

호텔 패션: 천 개의 룩, 하나의 비밀

호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는 생각보다 많았다. 난 그곳들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로비의 금빛 기둥 뒤, 서비스 계단 입구, 그리고 14층 복도 끝 화분 옆. 오늘의 타깃은 1408호, 파리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 그가 묵는 스위트룸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호텔 직원처럼 자신감 있었다.

"룸서비스입니다." 문을 두드리자 아무 대답이 없었다. 마스터키를 슬쩍 꺼내 문을 열었다. 스위트룸 안에는 마네킹들이 군인처럼 줄지어 서 있었고, 벽에는 스케치들이 빼곡했다. 다음 컬렉션을 위한 준비였다. 창문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이 실크 원단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호텔방은 마치 살아있는 패션 아틀리에 같았다.

내 임무는 간단했다. 그의 다음 시즌 디자인을 촬영해 경쟁사에 넘기는 것. 카메라를 꺼내 빠르게 작업을 시작했다. 테이블 위 스케치북, 옷장의 프로토타입, 그리고 태블릿에 저장된 파일들. 모든 것이 내 렌즈를 통과했다. 그때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그가 방에 있었다.

"죄송합니다, 룸서비스 확인이었습니다." 태연하게 대답하며 카메라를 재킷 안으로 숨겼다. 그의 눈빛이 내 유니폼을 훑었다. "근데 당신... 그 유니폼, 작년 시즌 실루엣이네요. 호텔이 유니폼을 바꾼 지 석 달이 지났는데."

심장이 멎는 듯했다. 패션 디자이너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내 재킷 불룩한 부분에 머물렀다. "카메라를 보여주시겠어요?"

도망칠 수 없었다. 그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예상과 달리 그는 경비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사진들을 천천히 넘겨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네 번째군요. 이번 달에만." 그가 말했다. "항상 궁금했어요, 왜 이렇게들 필사적인지."

"그냥... 일이니까요." 내가 중얼거렸다.

그는 웃으며 카메라를 돌려주었다. "가져가세요. 그리고 당신 고용주에게 전해요. 이건 전부 가짜라고. 진짜 컬렉션은 제 머릿속에만 있어요."

그 말에 방을 둘러봤다. 너무 완벽했다. 너무 공개적이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이 호텔방은 함정이었다. 진짜 디자인은 다른 곳에 숨겨져 있었다.

"호텔은 비밀을 지키는 최고의 장소이자, 거짓말하기에 가장 좋은 무대죠." 그가 말했다. "패션과 마찬가지로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니까."

나는 말없이 문을 향해 걸었다. 그때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참, 그 재킷 라인...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 다음 컬렉션에 반영해볼게요."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 누가 누구의 아이디어를 훔친 걸까? 호텔 복도를 걸으며, 내 뒤에서 디자이너의 스케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