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추리: 그녀의 마지막 립스틱
화장대 위에 놓인 그녀의 화장품은 마치 사건 현장의 증거들처럼 정확히 배열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내 동생 미나의 마지막 흔적이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나는 그 판단을 믿을 수 없었다. 미나는 매일 아침 정확히 같은 순서로 화장을 했다. 파운데이션, 컨실러, 아이섀도,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블러셔, 그리고 마지막으로 립스틱. 하지만 그날 발견된 미나의 화장대에서는 뭔가가 달랐다. 마지막으로 사용된 제품이 평소와 다른 순서였다. 마스카라 뚜껑이 열려 있었고, 미나가 가장 아끼던 코럴 핑크 립스틱은 화장대 위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건 단순한 자살이 아니야."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매끄러운 피부 위로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반사되었다.
미나의 화장품들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파운데이션은 약간 말라 있었고, 블러셔는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미나가 절대 사용하지 않았던 짙은 레드 컬러의 립스틱이었다. 미나는 연한 핑크나 코럴 계열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립스틱을 들어올렸을 때, 그 무게감이 이상했다. 조금 더 무거웠다. 바닥을 돌려보니 작은 종이 조각이 숨겨져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꺼내어 펼쳤다.
"H의 화장품을 조사해봐. 전부 독이야."
H라니? 머릿속을 빠르게 스캔했다. 미나가 일하던 화장품 회사의 신제품 라인 'Heavenly'의 약자일 수도 있었다. 미나는 그 라인의 품질 관리 책임자였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단순한 우울증 때문이 아니었던 것일까?
나는 미나의 화장품 파우치에서 'Heavenly' 로고가 박힌 샘플들을 찾아냈다. 이것들이 정말 독이라면, 미나는 이 사실을 알고 누군가에게 위협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게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평소와 다른 화장 순서를 남겨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샘플들을 들고 친구인 약사 준호를 찾아갔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이건... 합법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어."
일주일 후, 준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제품들에서 미세한 양의 비소가 검출됐어. 한 번 쓰면 문제없지만,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미나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었다. 그녀는 위험한 진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거울 앞에 서서 미나가 남긴 코럴 핑크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며 생각했다. '이제 내가 네 이야기를 이어갈게.' 립스틱 자국이 마치 피처럼 선명하게 입술에 번졌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위해 독을 팔았고, 또 누군가는 그 진실을 덮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는—내 입술에 묻은 이 색처럼—그 진실을 세상에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