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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사랑

회사 사랑: 모니터 너머의 진실

신입사원 입사 첫날, 그녀는 내 모니터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을 봤다. "이 회사를 사랑하지 마세요."

나는 그녀가 그것을 읽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김민지. 인사팀에서 보내온 이메일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커지더니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내 책상 옆에 배치된 그녀는 정확히 8시 59분에 도착했고, 회색 정장은 주름 하나 없이 완벽했다.

"선배님, 혹시 이 포스트잇은..."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아, 그거." 나는 웃으며 그것을 떼어냈다. "전 팀장님의 유산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회사는 유리와 철골로 지어진 52층 빌딩이었다. 햇빛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고, 구내식당의 음식은 맛있었으며, 복지는 업계 최고였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민지는 완벽한 신입사원이었다. 항상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회의 때는 꼼꼼한 메모를 했고, 상사의 지시사항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이 회사를 향한 사랑이 빛났다.

"선배, 왜 그런 메모를 붙여두셨어요?" 입사 한 달 째, 회식 자리에서 그녀가 물었다.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몇 년 전에 희진 팀장님이 계셨어요. 우리 팀에서 가장 유능했죠. 회사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자기 일처럼 챙겼어요. 그러다 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때... 회사는 그녀를 가차 없이 내쳤어요. 퇴사하는 날, 내 책상에 그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갔죠."

민지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가 좋아요."

"당신이 회사를 사랑하는 만큼, 회사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회사는 기계예요, 민지씨."

6개월이 지났다. 민지는 여전히 완벽했지만, 그녀의 눈에서 초기의 열정이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어느 날 밤, 우리 둘만 남은 사무실에서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다른 팀에 넘어갔어요. 제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서랍에서 포스트잇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알아요... 이제 알아요." 민지가 말했다. "회사는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곳이죠."

다음 날 아침, 민지의 모니터에는 새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나를 사랑하세요."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녀가 출근하자마자 내 눈을 바라봤다. 우리는 말없이 미소지었다. 회사는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진짜 사랑은 어쩌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