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카페: 어제의 맛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건너편 회사 건물을 바라보는 것이 이제는 의식과도 같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4시 27분. 그녀가 출근했던 회사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에스프레소 한 모금이 혀끝에서 쓴맛을 터트렸다. 그 익숙한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회사 로비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창문에 살짝 김이 서린 유리창을 손으로 닦으며 그들 속에서 그녀를 찾았다. 계피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 카페는 1년 전 내가 퇴사한 날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그녀가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또 오셨네요. 오늘도 아메리카노 한 잔인가요?"
바리스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며 매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문득 회사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그녀를 발견했다. 검은색 코트에 빨간 머플러. 오늘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바리스타가 건네준 아메리카노를 받아들며 나는 카페의 문을 밀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녀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위치, 어제와 같은 표정. 내 손에 쥐어진 따뜻한 커피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민지씨."
용기를 내어 그녀를 불렀다. 뒤돌아선 그녀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아, 팀장님..." 일 년 만에 듣는 그 호칭이 가슴을 후벼팠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 팀에 새로운 사람이 왔어요. 팀장님을 많이 닮았더라고요."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손에 든 커피 두 잔 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받아들었다.
"매일 이 카페에서 보셨다면서요? 바리스타가 말해줬어요."
그 순간 깨달았다. 그녀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카페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회사 창문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리스타는 그저 우리 둘 사이의 메신저였을 뿐이다.
그날 밤, 우리는 카페에 앉아 긴 대화를 나눴다.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창밖으로 텅 빈 회사 건물의 불빛이 하나둘 꺼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카페와 회사 사이, 그 미묘한 거리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