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추리: 타인을 읽는 방법
첫 시체가 발견됐을 때, 나는 그것이 연쇄 살인의 시작이라고 직감했다. 피해자의 목에는 'INFJ'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MBTI를 범행 동기로 삼는 살인마라니, 이건 새롭네요." 파트너 김 형사가 현장 사진을 넘기며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리 프로파일러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피해자는 일주일 후에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ESTP'였다. 범행 수법은 완전히 달랐지만, 묘한 일관성이 있었다. INFJ 피해자는 고독한 장소에서 조용히 질식사한 반면, ESTP 피해자는 클럽 뒷골목에서 과감하고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살인마가 피해자의 성격 유형에 맞춰 살해 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내가 추리를 말했다. "그는 단순한 살인자가 아니라 심리학에 해박한 사람입니다. 각 유형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어요."
경찰서 전체가 MBTI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16가지 성격 유형을 분석하며 다음 피해자를 예측하려 했다. 나는 밤새 피해자들의 SNS를 뒤졌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MBTI를 드러낸 흔적을 찾았다.
세 번째 시체가 발견됐을 때, 우리의 추리는 빗나갔다. 목에는 'XXXX'라고만 새겨져 있었다. "미정 유형이라는 뜻인가요?" 김 형사가 물었다.
"아니요, 이건 메시지예요." 나는 현장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우리가 그의 패턴을 파악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엔 규칙을 깬 겁니다."
그날 밤, 피해자의 집을 수색하다 발견한 일기장이 모든 것을 바꿨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도 MBTI 테스트를 했다. 이번엔 INTJ가 나왔다. 지난주엔 ENFP였는데. 결국 나는 무엇일까?'
그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살인마는 MBTI를 확고한 진실로 믿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유형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은 '가짜'였다. 진정성 없는 존재들. 제거해야 할 대상.
다음 날, 우리는 지역 심리 상담소의 한 치료사를 체포했다. 그는 저항 없이 자백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본질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참을 수 없었습니다. MBTI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아를 발견하는 진지한 여정이어야 합니다."
사건은 해결됐지만, 나는 여전히 불편한 진실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을 '읽는' 방법을 찾는다. MBTI든, 점성술이든, 혹은 내 직업처럼 프로파일링이든. 하지만 인간의 본질이 네 글자로 요약될 수 있을까? 살인마가 그토록 집착했던 '진정한 자아'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변하는 미스터리, 영원히 풀 수 없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