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게임: 마지막 과자를 향한 전쟁
정전이 된 기숙사 휴게실에서 손전등 하나가 마지막 과자 봉지를 비추고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한다. 룰은 간단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 과자를 차지한다." 동기 민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배고픔이 우리의 이성을 갉아먹은 지 오래였다. 나는 주머니 속의 주사위를 꾹 쥐었다. 간식을 위한 이 비정한 게임이 시작됐다.
"각자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앞으로 전진할 수 있어. 누군가 과자에 도달하면 게임 끝." 민수가 말했다. 우리는 원을 그리고 앉았다. 중앙에 놓인, 마지막 남은 허니버터칩 봉지가 손전등 빛에 반짝였다. 그 노란 포장지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며칠째 끊긴 외부 통로, 소진된 편의점 물품들. 이 과자는 우리에게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생존의 상징이었다.
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긴장감이 휴게실을 가득 채웠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과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비상 사이렌 소리만이 우리의 광기 어린 게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굴릴게." 내가 주사위를 던졌다. 딱딱한 주사위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3. 나는 세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다음은 지민이. 5가 나와 바로 과자 앞까지 진격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포장지에 닿기 직전, 민수가 외쳤다. "잠깐! 함정 카드가 있어. 이번 턴은 무효야."
규칙은 계속 바뀌었다. 누군가 우위를 점할 때마다 새로운 함정과 방해가 등장했다. 과자를 향한 우리의 필사적인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졌다.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허기가 더 심해졌다.
마지막 라운드. 나와 민수만 남았다. 그의 눈에서 승리에 대한 집착이 번뜩였다. "더블 주사위야. 우리 둘 다 동시에 던져. 높은 숫자가 이긴다."
우리는 동시에 주사위를 던졌다. 내 것은 6, 민수의 것은... 6. 동점이었다.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형광등이 켜졌다. "전기가 돌아왔어요!" 사감 선생님의 목소리. "식당에 비상식량 배급 시작합니다!"
모두가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민수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텅 빈 휴게실에 나 혼자 남았다. 손을 뻗어 과자 봉지를 집어들었다. 포장을 뜯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그런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빈 봉지였다.
그때 사감실에서 들려오는 과자 씹는 소리.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허니버터칩 봉지가 놓여 있었다. 창가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던 그의 입가에 묻은 노란 가루가 형광등 아래 반짝였다. 진짜 게임의 승자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