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법칙, 마지막 고백
"삶이 게임이라면, 나는 지금 막 최종 보스 앞에 선 플레이어였다."
교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황금빛 석양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는 순간, 내 심장은 게임 속 캐릭터가 데미지를 입었을 때처럼 격렬하게 떨렸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어색하게 교복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땀에 젖은 이마를 훔치고 있었다. 우리 둘만 남은 교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봉투. 3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용기가 이 얇은 종이 한 장에 담겨 있었다.
"민지야, 잠깐 시간 있어?"
민지는 수학 문제집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게임 로딩 화면처럼 지난 3년간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1학년 때 우연히 같은 RPG 게임을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점심시간마다 게임 전략을 논의하던 순간들, 밤늦게까지 레이드를 함께 돌았던 그 밤들.
"오늘 봉투를 주는 날이구나." 민지가 먼저 말했다. 내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민지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뻔했어. 네가 고백할 거라는 건 게임 퀘스트보다 예측하기 쉬웠어."
내 얼굴은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게임 캐릭터처럼 달아올랐다. 손에 쥔 봉투가 갑자기 천 킬로그램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럼... 내 마음도 알고 있었어?"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은..." 민지가 교실 바닥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너에게 고백하려고 했어."
순간 주변의 모든 소리가 게임 속 무음 모드처럼 사라졌다. 민지는 자신의 가방에서 분홍색 봉투를 꺼냈다. 그것은 내가 들고 있는 하늘색 봉투와 묘하게 대조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네가 먼저 말하도록 하려고 했어." 그녀가 말했다. "네가 고백할 용기를 모으는 데 3년이나 걸렸으니까."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에서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이 감정은 세이브 포인트가 없는 진짜 삶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봉투를 교환했다. 그녀의 편지에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녀가 기록해온 우리의 추억들이 빼곡했다.
"사실 3년 전 첫 게임에서 너를 이겼을 때부터 나는 너를 좋아했어." 민지가 웃으며 고백했다.
석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교실은 남색 어둠에 잠겼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레벨 1부터 함께 도전하는, 세이브 포인트 없는 현실의 게임.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 둘 다 이기는 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