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게임: 생존의 법칙
게임이 시작되는 알림음이 울리자 내 심장은 가슴을 뚫고 나올 듯 뛰었다. 모니터 속 숫자가 60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9, 58, 57... 이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제35회 글로벌 서바이벌 시뮬레이션에 오신 참가자 여러분, 이번 라운드에서 탈락하시면 모든 사회적 신용점수가 차감됩니다. 최종 생존자에게는 10년치 식량 쿠폰과 안전구역 거주권이 제공됩니다."
차가운 AI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식은땀이 키보드 위로 뚝뚝 떨어졌다. 창 밖으로는 잿빛 하늘만이 보였다. 대기오염 지수 위험, 외출금지 경보가 200일째 지속 중이었다. 실외에서 숨 쉴 수 있는 산소 마스크는 최상위 계층만이 구할 수 있는 사치품이 된 지 오래였다.
5, 4, 3, 2, 1... 화면이 번쩍이며 가상 세계가 펼쳐졌다. 내가 조종하는 아바타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 아름다운 디지털 자연은 더 이상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진짜 나무, 실제 물, 살아있는 동물들—모두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들.
게임의 규칙은 단순했다. 생존하라. 다른 참가자들을 제거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라. 그러나 규칙 이면에는 복잡한 현실이 있었다. 이 게임은 식량 배급을 결정짓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승자만이 먹을 수 있는 세상. 패배자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나는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첫 번째 상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디지털 칼을 꺼내 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살인은 현실에서는 범죄였지만, 여기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 행동이었다.
"잠깐, 서연이 아니야?"
낯익은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마주 선 아바타는 내 옆집에 사는 열두 살 소년 민수였다. 지난주 그의 부모님이 식량 부족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였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생존의 무게를 짊어진 아이.
"미안해, 민수야."
내 손이 떨렸다. 칼을 내리고 뒤돌아섰다. 그 순간 등 뒤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화면에는 붉은 글씨로 'GAME OVER'가 번쩍였다.
"승자는 생존한다. 패배자는 사라진다. 다음 게임은 24시간 후 시작됩니다."
헤드셋을 벗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정부 건물 전광판에는 오늘의 승자 목록이 흘러나왔다. 그중에 민수의 이름이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게임에서의 내 죽음은 한 아이의 생존을 의미했다. 아마도 진짜 게임은, 우리가 인간성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인지도 몰랐다. 내일, 나는 다시 접속할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어쩌면 그 경계는 이미 흐려진 지 오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