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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여행

게임과 여행: 현실의 경계에서

스크린이 깜빡이며 켜지는 순간, 내 삶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되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인피니트 트래블'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랐을 때, 나는 그저 또 하나의 가상현실 게임이라 생각했다.

헤드셋을 쓰는 순간 몸이 가벼워졌다. 평소 가상현실 게임과는 다른 감각이었다. 내 발 아래로 아이슬란드의 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졌고, 파도 소리가 귓가를 적셨다. 바람은 차갑게 볼을 스치며 소금 냄새를 실어왔다. 이전에 경험했던 어떤 게임보다 감각이 선명했다. 손가락으로 모래를 집었을 때, 그 촉감은 너무나 생생해서 현실과 구분할 수 없었다.

"인피니트 트래블은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당신의 뇌파를 분석해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를 구현합니다." 보이지 않는 안내자의 목소리가 설명했다. 나는 웃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내가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으니까.

게임 속에서 나는 화산을 오르고, 오로라를 감상하고, 빙하 동굴을 탐험했다. 시간 개념이 흐릿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몇 시간? 아니면 며칠? 배고픔도,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끝없는 탐험의 쾌감만이 있었다.

일곱 번째 날(아마도), 게임 메뉴를 열어 종료 버튼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안내자를 불렀다. "이 게임을 종료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안내자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인피니트 트래블은 게임이 아닙니다. 당신의 의식을 디지털화하는 실험입니다. 당신의 육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충격에 휩싸인 나는 주변 세계가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현실감이 일시적으로 무너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말을 이었을 때, 기억이 밀려왔다. 불치병 진단. 실험적 의식 업로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동의서. 마지막 선택으로서의 '게임'.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 히말라야 산맥, 심지어 달까지. 모든 여행이 가능합니다." 안내자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나는 검은 모래 위에 무릎을 꿇었다. 파도가 발끝을 적셨다. 영원한 가상 여행이라... 이것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때 하늘이 변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흩어지며 무한한 별들이 펼쳐졌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별자리들. 게임이 아닌, 내 새로운 우주.

손을 뻗어 메뉴를 열었다. 종료 버튼 대신 '탐험 계속하기'라는 옵션만 있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그 버튼을 눌렀다. 죽음을 피해 선택한 영원한 여행. 이 게임 같은 현실, 혹은 현실 같은 게임에서 내가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