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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오컬트

게임과 오컬트: 마지막 레벨의 비밀

검은 화면에 흰색 글씨로 '마지막 레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가 깜빡였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87시간을 쉬지 않고 게임을 했다. 온라인에서는 이 게임의 마지막 레벨에 도달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는 도달했다가 다시는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키보드에서 손에서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방 안은 모니터의 희미한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이었고, 귓가에 꽂힌 헤드폰에서는 미세한 백색 소음만이 들려왔다. 커서가 깜빡이며 입력을 기다렸다. '당신의 이름을 입력하세요.' 망설임 없이 '김태윤'이라고 입력했다.

화면이 갑자기 변했다. 내 실명을 입력한 순간 모니터는 실제 내 방을 비추는 창문이 되었다. 정확히 내 뒷모습이 보였다. 게임이 어떻게 내 방을 알까? 몸을 돌려보았지만 방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다시 화면을 바라보니 모니터 속 내 뒷모습도 함께 돌아보았다.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태윤아,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할까?"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지 못했다. 타이핑을 하려는데 키보드가 반응하지 않았다.

"말로 대답해. 내가 들을 수 있어."

"당신은 누구죠?" 내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이 게임의 마지막 보스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실제로는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야. 87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한 당신에게 특별한 제안이 있어."

화면 속 내 뒷모습 옆에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무... 무슨 제안이죠?" 내가 물었다.

"당신의 영혼을 내게 준다면, 이 게임의 모든 비밀을 알려주지. 당신이 그토록 찾던 성취감, 완벽한 클리어의 기쁨을 줄게."

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모니터 속 그림자는 이제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실제 어깨에서도 차가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이건 장난이죠? 그냥 게임의 일부분이죠?" 내 목소리는 이제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장난? 아니야, 태윤아. 오컬트는 결코 장난이 아니야.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해. 마지막 레벨에 도달한 자는 선택을 해야 해. 승리하거나, 영원히 게임 속에 남거나."

갑자기 정전이 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 앞에 모니터만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화면 속 그림자는 이제 내 등 뒤에 서 있었고, 나는 그의 존재를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내 컴퓨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게임 폴더는 비어있었고, 온라인 포럼에는 내가 마지막 레벨을 클리어했다는 소식이 퍼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었다.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은 웃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 의지로 지어진 미소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