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간식
그녀가 자판기 앞에서 45분째 서 있을 때, 경비원이 처음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초콜릿 바와 감자칩 사이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여자의 손가락은 마치 유리 위에 갇힌 나비의 날개처럼 불안했다. 이렇게 간단한 선택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나.
"지금 당신의 선택이 앞으로 20년을 좌우할 겁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민지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그의 명함에는 '미래 상담사 김도현'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간식을 고르는 건데요."
김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B-27 감자칩을 선택하면 안정된 대기업 생활을 하게 되지만, 10년 후 번아웃으로 고통받게 됩니다. C-15 초콜릿을 고르면 불안정하지만 창의적인 프리랜서의 길을 걷게 되죠."
민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농담이시죠? 그냥 출출해서 간식을 고르는 건데..."
"살면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선택들, 그것이 간식이든 직업이든 결혼이든, 모두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당신은 지금 큰 이직 결정 앞에서 며칠째 고민 중이죠? 그 고민이 이 자판기 앞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민지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이 남자가 자신이 두 회사 사이에서 며칠째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죠. 그리고 그 대가는 더 큽니다."
민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때 경비원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으세요? 혼자 중얼거리면서 한참 서 계셔서..."
주변을 둘러보니 검은 정장의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민지는 멍하니 자판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동전을 넣었다. B-27과 C-15, 두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기계는 잠시 소리를 내더니 양쪽 간식을 모두 떨어뜨렸다. '고장났나?' 생각하며 무심코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웠을 때, 민지는 그것이 양면이 모두 앞면인 특이한 동전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순간, 결정을 내렸다. 이직도, 간식도, 인생의 모든 선택지도—왜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