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싹트는 고민꽃
누군가에겐 평범한 등굣길일 뿐이지만, 윤서에게 학교 정문은 날마다 넘어야 할 벽이었다. 오늘도 학교 앞에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교문 너머로 보이는 교실 창문들이 그녀를 응시하는 수백 개의 눈동자 같았다.
"괜찮아, 숨 쉬어. 아무도 너를 쳐다보지 않아." 윤서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주머니 속 쪽지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을 다독였다. 지난 3년간, 그녀는 매일 아침 자신에게 쓴 응원의 메시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오늘의 메시지는 '너의 고민도 언젠가 꽃이 된다'였다.
교실로 들어서자 여느 때처럼 아무도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윤서의 책상은 창가 맨 뒤, 누구도 앉길 원치 않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그녀는 세상을 관찰하는 투명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관찰력은 누구보다 예리했다. 반장 민준이 미소 뒤에 감추는 피로한 눈빛, 인기 많은 지은이가 화장실에서 몰래 흘리는 눈물, 항상 밝게 웃는 선생님의 책상 서랍 속 우울증 약.
윤서는 그날도 수업이 끝난 텅 빈 교실에 홀로 남았다. 익숙한 고독 속에서 일기를 쓰려는데, 똑똑, 교실 문이 열렸다.
"아직도 있었네." 민준이었다. 반장 완장이 그의 팔에서 빛났다. "3년 동안 한 번도 말 안 해봤던 것 같아서."
윤서는 당황해 일기장을 서둘러 닫았다. "그냥...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
"매일 이 시간까지 남아있잖아." 민준이 그녀의 책상 앞에 멈춰 섰다. "다른 사람들 다 가고 나면 혼자 뭐해?"
윤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준이 그녀의 책상 위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접힌 종이 한 장.
"이거, 3년 전부터 네 사물함에 누가 넣는지 궁금했지?" 민준이 미소지었다.
윤서가 펼친 쪽지에는 익숙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너의 고민도 언젠가 꽃이 된다.' 자신이 매일 아침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그 문장. 하지만 이건 분명 그녀의 필체가 아니었다.
"그때 네가 옥상에서 울고 있을 때, 내가 너에게 처음 건넨 말이야. 기억 안 나?" 민준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네가 날 피하기 시작했고, 난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어."
윤서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3년간의 기억이 재구성되었다. 그날 옥상에서의 짧은 만남, 그리고 그 후 매일 아침 사물함에서 발견한 쪽지. 그녀는 그것을 낯선 이의 위로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눈에 띄는 것'의 시작이었다.
"우리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도 몰라." 민준이 말했다. "단지 보여주는 방식이 다를 뿐."
창밖으로 석양이 학교 건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윤서는 처음으로 이 순간, 이 교실이 벽이 아닌 정원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고민이라는 씨앗이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