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이름을 가진 남편
남편의 이름은 고민이었다. 문자 그대로의 '고민(苦悶)'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 웃었다. 삶이 그를 위해 준비한 농담 같았으니까. 하지만 결혼 5년 차, 그 이름은 예언이 되어 우리 집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다녀왔어요." 현관문이 열리고 고민이 들어왔다.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 묻어났다.
"회사 그만뒀어." 식탁에 앉자마자 그가 말했다. 찬 공기가 갑자기 폐로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된장찌개에서 올라오는 김이 우리 사이에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갑자기 왜?"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몇 달째 회사에서의 불만을 토로해왔지만, 실제로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내가 임신 7개월인 지금.
"더 이상 못 견디겠어." 그의 목소리에서 오랜 피로가 묻어났다. "내 삶을 돌려받고 싶어. 우리 아이에게 행복한 아빠가 되고 싶어."
남편의 눈에서 오랜만에 빛이 보였다. 마치 오래된 창고에서 갑자기 불이 켜진 것 같았다. 그 빛이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나는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숟가락이 도자기 위에서 차가운 소리를 냈다.
"그럼 우리 어떻게 살아? 아이는 어떻게 키워?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내 안의 공포가 질문들로 폭발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미 새 일자리 구했어. 급여는 조금 줄지만, 집에서 가깝고 야근도 거의 없어."
그제야 나는 그가 얼마나 오래 이 순간을 준비했는지 깨달았다. 내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미리 계획했던 것이다. 부엌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우리 사이를 채웠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내 목소리가 작아졌다.
"말하면 말릴까 봐." 그가 웃었다. "당신은 항상 계획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
갑자기 그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고민'을 듣지 않게 됐다. 그의 불안과 희망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안의 불안이 그의 목소리를 차단했던 것이다.
그날 밤, 우리는 오랜만에 진짜 대화를 나눴다. 그의 꿈에 대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남편의 이름이 더 이상 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고민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의 이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