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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노래

고민의 노래: 메아리 없는 밤

나는 고민이 목소리를 갖게 되면 어떤 노래를 부를지 늘 궁금했다. 그날 밤, 마침내 알게 되었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가을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마치 누군가의 한숨처럼. 책상 위에는 붉은 펜으로 가득 채워진 원고지와 까맣게 지워진 곡선들로 얼룩진 악보가 뒤엉켜 있었다. 데드라인은 다가오는데, 내 머릿속은 여전히 백지 상태였다. 데뷔 10주년 기념 곡을 작곡해야 했지만, 열흘째 한 소절도 완성하지 못했다.

"이제 끝인가 보다." 나는 중얼거렸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들리던 잡음이 점차 선명한 멜로디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허밍 소리였다가, 점점 또렷해졌다. 마치 오래된 라디오가 주파수를 찾아가는 것처럼. 그 소리는 내가 아이였을 때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자장가와 닮아 있었다. 하지만 가사는 내 삶의 고민들로 채워져 있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펜을 움켜쥐고, 악보를 채워갔다. 내 안의 모든 고민이 하나씩 음표로 변해갔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공포, 사랑의 상실, 시간의 흐름... 모든 것이 선율 속에 녹아들었다.

"세상에, 이거 정말 당신이 쓴 거예요?" 다음 날 소속사 대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0년 전 당신의 데뷔곡보다 더 순수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요."

그날 밤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 소절, 한 소절 부를 때마다 내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짐이 하나씩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후렴구를 부르고 나니, 10년간 나를 짓눌렀던 고민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앨범이 출시된 후, 내 고민의 노래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위로했다. 한 팬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당신의 노래를 들으며 내 고민이 노래가 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날 때쯤엔 고민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고민이 노래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노래는 우리 자신의 가장 깊은 고민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어쩌면 진정한 예술이란, 우리의 상처가 다른 이의 치유가 되는 순간에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