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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맛집

고민의 맛집: 당신이 진정으로 배고픈 것은 무엇인가요

그날 저녁, 나는 '고민 덮밥'을 주문했다. 메뉴판에는 없는 음식이었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내일로'의 주인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창가 자리에 앉아 빗물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직장에서 해고된 지 3주,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오늘도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다 지친 발걸음으로 이곳에 들어섰다. 맛집 리뷰어로 활동하며 수많은 식당을 다녀봤지만, 이상하게도 이곳만은 한 번도 리뷰하지 못했다. 글이 써지지 않았다.

"손님의 고민 덮밥이 나왔습니다."

주인장이 내려놓은 그릇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투명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형체가 없는 무엇.

"이게 뭐죠?" 내가 물었다.

"당신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입니다." 주인장이 대답했다. "맛보세요."

의심스러웠지만, 숟가락을 들어 투명한 '무언가'를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입 안에서 폭발하는 맛. 달콤함, 쓴맛, 짠맛, 신맛이 복잡하게 얽혀 내 혀를 자극했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릇에서는 점점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감자조림, 대학 시절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생일에 만들어준 케이크, 첫 월급으로 사먹었던 스테이크, 그리고... 아직 쓰지 못한 나의 이야기들.

"맛은 어떠세요?" 주인장이 물었다.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배가 부르네요."

주인장은 미소지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모두 맛집을 찾아 헤매지만, 사실 진짜 찾고 있는 건 맛이 아닙니다. 당신이 정말 배고픈 것은 무엇인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는 주인장이 건넨 작은 메모가 있었다. '당신의 고민은 맛있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오랜만에 컴퓨터를 켰다. 시작은 이랬다. "그날 저녁, 나는 '고민 덮밥'을 주문했다..."

다음 날, 내가 쓴 '내일로'에 대한 리뷰는 내 블로그 역대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들은 '맛있는 고민'이라는 에세이집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때로는 가장 맛있는 음식이 보이지 않는 법. 내 인생의 새로운 레시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