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생존법: 그래도 살아남기
내가 마지막으로 웃었던 날은 147일 전이었다. 정확히 세고 있다. 붉은 하늘 아래, 문명의 잔해 속에서 숫자 세기는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였다.
벙커의 콘크리트 벽에 하루하루 그어놓은 선이 내 유일한 달력이다. 매일 아침, 긁히는 소리와 함께 분필로 새 선을 그으며 중얼거린다. "오늘도 살아있다." 이 말은 축하인지 한탄인지 나도 모르겠다.
재난 이후 고민이라는 것은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전에는 내일 뭘 입을지, 누구와 데이트할지가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오늘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잠을 잘지가 고민이다. 생존이 고민의 전부가 되었다.
오늘의 고민은 물이었다. 정수 필터가 마지막 한 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닳았다. 새 필터를 찾아 폐허가 된 마트로 가야 할지, 아니면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바깥은 방사능 수치가 위험하다. 그래도 갈증은 더 위험하다.
"결정을 내려," 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불확실함 속에서 결정하는 것. 이것이 이제 내 삶의 리듬이 되었다. 모든 선택이 생과 사를 가른다.
가방을 챙기며 창밖을 보았다. 잿빛 하늘 아래 누군가의 발자국이 보였다. 새것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다른 생존자의 존재는 도움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었다.
망설임 끝에 나는 문을 열었다. 거기 서 있던 건 마른 몸에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눈에는 내 눈에서 비치는 것과 같은 경계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나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외로움도.
"물이 필요해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내 마지막 정수 필터를 사용하기로. 고민이 끝나는 순간은 언제나 행동의 시작이다. "들어와요," 내가 대답했다.
때로는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가 총이나 식량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용기라는 것을 그날 처음 깨달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새로운 생존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148일 만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