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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소개팅

밤새 끓는 고민, 첫 소개팅

침대 위에 던져진 셔츠들은 나의 우유부단함을 조롱하듯 쌓여갔다. 내일의 소개팅이 내 인생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한밤중에 옷장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너무 격식 차려 보이면 부담스러울 것 같고, 너무 캐주얼하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고..."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텅 빈 원룸에 메아리쳤다. 스마트폰은 친구들과의 카톡방에서 터져 나오는 조언들로 불빛이 깜빡였다. "첫인상이 중요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너답게 해"라는 말들은 도움이 되기보다 고민의 무게만 더했다.

소개팅.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나이 서른을 앞둔 내게 산과 같았다. 벌써 여섯 번째 소개팅이었다. 매번 실패할 때마다 친구들은 "다음에는 잘 될 거야"라고 위로했지만, 그들의 결혼식 초대장이 하나둘 도착할 때마다 나는 홀로 남겨지는 기분이었다.

창문을 열자 도시의 불빛이 반짝이며 들어왔다. 그 불빛들 속에는 누군가의 행복이, 또 다른 누군가의 고독이 섞여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내일 만날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다시 훑어봤다.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내일은 어떤 표정으로 나를 맞이할까.

새벽 두 시, 결국 파란색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로 결정했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무난한 선택. 내 인생의 요약본 같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고민하는 걸까? 그냥 만나서 대화하면 되는 것을...'

알람을 설정하려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고민하는 건 옷이 아니었다. 또 누군가를 만나 실망시킬까봐, 또 실망할까봐, 혹은 정말 마음에 들어 버릴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스스로를 속이며 옷 선택이라는 사소한 문제로 진짜 고민을 감추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은 밤새 고민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평범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묘하게 가벼웠다. 카페 앞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저도 밤새 뭘 입을지 고민했어요. 우리 비슷한 것 같아요."

웃음이 났다. 카페 문을 열며 생각했다. 어쩌면 고민이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에서 시작되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