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무게, 스트레스의 색
내 고민은 파란색이었다. 처음에는 하늘빛처럼 맑고 옅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져 결국 바다 깊은 곳의 어둠처럼 변했다. 그날 아침, 나는 또다시 그 무게를 느꼈다.
"이제 결정해야 해요." 의사는 내 앞에 놓인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위한 수술 동의서였다. 고작 이틀 전, 어머니는 심장 발작으로 쓰러지셨다. 머릿속에서 '고민'이라는 단어가 점점 무거워졌다.
병원 복도를 걸으며 나는 내 몸에 달라붙는 스트레스를 느꼈다. 그것은 끈적한 땀처럼, 혹은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내 피부에 달라붙었다.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사려는데, 손이 떨려 동전을 바닥에 흘렸다. 그 소리가 내 귀에는 폭발음처럼 들렸다.
"왜 이런 결정을 내가 해야 하는 거지?" 기계적으로 입에 담은 커피는 쓰디쓰고 차가웠다. 어머니는 항상 "사람은 결정의 연속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말씀 속에는 '자식의 결정으로 어머니의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무채색이었다. 내 고민의 무게가 세상의 색을 앗아간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언제부터인가 내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 물을 세게 틀어 얼굴을 적셨다. 차가운 물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이 내 혼란스러운 사고를 잠시 멈추게 했다.
복도로 나오자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어머님께서 깨어나셨어요." 그 말에 나는 달려갔다. 산소마스크를 쓴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미소 짓고 계셨다.
"왜 그렇게 어두운 얼굴이니?" 어머니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따뜻했다. "내가 결정할게. 너는 그저 곁에 있어줘."
그 순간 깨달았다. 고민은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혼자 짊어지려고 할 때 생기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내 고민의 파란색이 조금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병실을 나오는데 문득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스트레스라는 무형의 괴물이 내 등에서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어쩌면 고민과 스트레스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비로소 그 색과 무게가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