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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여행

고민 여행: 난 그곳에서 무엇을 잃었나

내 고민의 무게가 10kg라면, 여행 가방은 7kg밖에 되지 않았다.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이든 떠나온다는 것은 언제나 무언가를 두고 온다는 의미였다.

호텔 창문으로 쏟아지는 파리의 비는 내 눈물보다 청명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 내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나에게, 5000km 떨어진 고국에서의 결정들이 여전히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승진이냐 이직이냐. 그와의 관계를 계속할 것이냐 끝낼 것이냐. 어머니의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해외여행으로 도망치듯 왔지만, 모든 고민은 여권 검사를 통과해 나와 함께 입국했다.

둘째 날, 루브르 미술관 앞에서 만난 캐나다인 사진작가 에릭은 내게 이상한 제안을 했다.

"당신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이 도시 어딘가에 버리고 오세요. 제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드릴게요."

우스꽝스러운 제안이었지만, 그날 밤 호텔방에서 나는 작은 종이에 내 모든 고민을 적었다. 승진, 이직, 그, 어머니, 미래, 불안, 공포. 종이는 금세 가득 찼다.

다음 날, 에펠탑 꼭대기에서 나는 그 종이를 바람에 날렸다. 에릭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날아가는 종이를 바라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라지는 종이와 함께 무언가가 내 안에서도 떠나가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에릭이 물었다.

"고민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것들이 나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가 웃었다. "제가 여행 중에 깨달은 것이 있어요. 고민은 우리의 짐이 아니라 여행의 일부라는 거죠. 당신은 파리에 고민을 버리러 온 게 아니라, 고민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러 온 겁니다."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에릭이 보내준 사진을 보았다. 저 멀리 푸른 하늘을 향해 흩날리는 작은 종이 조각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 그제야 이해했다. 내가 여행에서 잃어버린 것은 고민 그 자체가 아니라, 고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 고민의 무게는 여전히 10kg이었지만,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내 발걸음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때로는 무언가를 잃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우리가 찾는 것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자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