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고민재밌는

고민의 재밌는 반전

내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은 재밌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이 무려 7년째 계속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내 얼굴도 저렇게 생명력을 잃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인생은 재미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질문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고민이 습관이 되었을 때, 고민은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그저 삶의 한 부분이 된다.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달랐던 것은 내 지갑을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돈이 없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배는 더욱 크게 울어댔다. 그때 옆자리 동료가 내게 도시락 반을 건넸다.

"같이 먹어요. 항상 너무 많이 싸 와서..."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평소에는 거의 말을 섞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 도시락은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와 함께 나눠 먹는 그 행위가 맛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종종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녀의 고민은 내 고민과 달랐다. 그녀는 너무 많은 취미와 관심사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도자기, 베이킹, 등산, 사진... 그녀의 주말은 언제나 분주했다.

"한번 같이 해봐요." 어느 날 그녀가 제안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따라나섰지만, 서툴게 빚은 도자기에 웃음이 터지고, 엉망이 된 쿠키를 함께 먹으며, 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에 감탄하는 순간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재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6개월 후, 내 책상 위에는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들과 서툴게 만든 도자기 작품들이 놓여있었다. 회사 일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것은 내 삶의 전부가 아니었다. 고민은 오히려 늘었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다음 달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그녀의 생일에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어느 날 퇴근길, 예전과 같은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모두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것 같았던 그들의 얼굴에서 각자의 희로애락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이제 내 인생의 가장 큰 고민은 재밌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민이야말로 가장 재밌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