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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호텔

고민의 호텔: 체크아웃이 불가능한 방

호텔 문을 열자마자 나는 알았다. 이곳이 평범한 숙소가 아니라는 것을.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의 모든 고민이 무게를 더해 발목을 잡아당겼다. 체크인 카운터 뒤에 서 있는 컨시어지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은 미소하지 않았다.

"727호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쇠는 필요 없어요.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요."

엘리베이터는 내가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7층을 향해 움직였다. 복도는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카펫과 낡은 벽지로 장식되어 있었다. 걸을 때마다 카펫이 발밑에서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727호실은 복도 끝, 어두운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은 약속대로 열려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무거웠다. 먼지 냄새와 함께 묵직한 절망감이 코를 찔렀다. 침대 위에는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호텔 고민장(苦悶場)'

첫 페이지를 넘기자 내 필체로 쓰인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 노트를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십 년 동안 끌어안고 살아온 모든 고민이 그곳에 있었다.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순간, 첫 사랑과 헤어진 밤,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했던 무력감까지.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니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호텔 앞에서 보았던 번화가는 온데간데없고, 끝없는 회색빛 사막만이 펼쳐져 있었다. 시계는 멈춰 있었다. 휴대폰은 신호가 없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섰을 때, 나는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들도 이 방에 머물렀던 사람들일까? 그들의 눈에는 나와 같은 공허함이 담겨 있었다.

침대에 앉아 노트를 다시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체크아웃 규칙이 적혀 있었다.

'고민을 한 가지 남기고 떠나라. 그러나 주의하라. 네가 남긴 고민은 영원히 이 방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네가 가져가는 고민은 두 배의 무게로 너를 짓누를 것이다.'

내 모든 고민 중 어떤 것을 이곳에 남겨야 할까? 밤새 선택의 고통 속에서 뒤척였다. 아침이 되자 서랍에서 펜을 꺼내 노트에 내가 남길 고민을 적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로비는 텅 비어 있었다. 컨시어지는 사라졌고, 유일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체크아웃 장부뿐이었다.

호텔을 나서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727호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창문에서 내 모습과 똑같은 그림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 내가 이 호텔에 남긴 고민은 또 다른 나였고, 내가 가져간 것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