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고민MBTI

MBTI 고민: 나를 규정하는 네 글자의 무게

내 인생은 ESFP와 INFJ 사이의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앉아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단체 채팅방을 응시하며, 나는 또다시 같은 고민에 빠졌다. 참여할까? 말까? 내 진짜 모습은 어느 쪽일까?

지난주, 민준이가 단톡방에 올린 MBTI 테스트 링크를 클릭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깊은 혼란에 빠질 줄 몰랐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INFJ'가 나왔다. 희귀하다는 유형. 그런데 다음 날 다시 해보니 'ESFP'였다. 정반대의 결과. 그 이후로 나는 매일 다른 테스트 사이트를 찾아 결과를 비교했고, 내 정체성은 날이 갈수록 흐릿해졌다.

"너 요새 왜 그래? 우울해 보여." 카페 테이블 너머로 시연이가 물었다.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컵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 물방울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MBTI 때문에 좀 고민이야."

"그거 가지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재미로 보는 거잖아."

하지만 재미로만 볼 수 없었다. 모임에 가면 첫 인사처럼 오가는 "너 MBTI 뭐야?"라는 질문. 그리고 내가 말하는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과 기대. 'INFJ'라고 하면 깊은 대화를 기대하고, 'ESFP'라고 하면 내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겼다. 마치 알파벳 네 글자가 내 존재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듯했다.

도서관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이 흐릿했다. 어둑해진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채팅방을 들여다보았다. 화면 속에서 친구들은 주말 모임 장소를 정하고 있었다.

시연이에게 메시지가 왔다. "너 이번 주말에 시간 되면 우리 같이 전시회 갈래? 조용한 곳에서 얘기도 하고."

잠시 후 민준이에게도 메시지가 왔다. "야, 토요일 파티 꼭 와! 네가 없으면 재미없어."

두 개의 초대, 두 개의 나. 스마트폰 화면이 어두워졌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매일 아침 다른 옷을 입듯이, 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위선이 아니라 인간의 복잡성이라면? 네 글자로 정의될 수 없는 무한한 변수들. 내 고민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고민이었다.

나는 두 메시지에 같은 답을 보냈다. "갈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갈지는 그날 아침에 결정할게." 빗소리가 점점 커지는 도서관 창가에 서서, 나는 처음으로 모호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 글자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