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의 방식: 생존을 위한 마지막 말
죽음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당신에게 진실을 고백하기로 했다. 타이머는 43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안에 울려퍼지는 초침 소리는 내 심장 박동보다 더 크게 들렸다. 서랍장 위에 놓인 검은색 장치의 붉은 숫자들이 잔인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건 내 잘못이야." 내 목소리는 흔들렸다. 당신은 등 뒤로 묶인 손목을 비틀며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1초. 40초.
창문으로 스며드는 노을빛이 당신의 얼굴 반쪽을 붉게 물들였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또 얼마나 증오했는지 고백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실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정보를 팔았어. 당신이 위장 요원이라고." 내 말에 당신의 눈이 커졌다. 처음으로 당신의 완벽한 표정에 균열이 생겼다. 35초. 34초.
방 안에 흩어진 종이들, 깨진 접시 조각들, 그리고 당신과 내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발밑에 있었다. 가짜 웃음을 지었던 내 얼굴과 진짜 미소를 짓고 있던 당신의 얼굴. 누가 진짜 스파이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코드를 알려줘. 우리 둘 다 살 수 있어." 내가 말했다. 당신은 고개를 저었다. 28초. 27초.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당신의 표정이 변했다. "내 왼쪽 어금니 안쪽," 당신이 속삭였다. "해독 코드가 거기 있어."
망설임 없이 당신에게 다가갔다. 처음으로 우리는 진실된 눈빛을 교환했다. 당신의 입안에 손을 넣자, 예상치 못하게 당신의 이가 내 손가락을 세게 물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무언가가 내 손가락 속으로 주입되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 뒤로 물러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손목의 밧줄을 풀고 있었다. "미안해, 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생존은 고백이 아니라 기만에 달려있다고." 당신의 목소리는 내가 알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15초. 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타이머의 숫자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사랑했어, 정말로." 당신이 말했다.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창문을 통해 사라졌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 숫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3, 2, 1... 그리고 예상과 달리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작은 '삐' 소리와 함께 장치의 불빛이 꺼졌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것은 폭탄이 아니라 타이머였다. 당신의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당신이 원했던 건 고백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아 끝없는 의심 속에서 당신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