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고백
그녀의 고백이 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 건 정확히 그녀가 사라진 다음 날부터였다. "나 내일 죽을 것 같아." 마지막 문자메시지에 담긴 그 여섯 글자가 단순한 10대의 우울한 농담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도서관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는 척하며 그녀의 SNS를 뒤지고 있었다. 장미향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늘 뿌리던 향수였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그녀와 닮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지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핸드폰 케이스에서 말라버린 장미 장식이 달랑거릴 뿐이었다.
"민지 봤어?" 친구들에게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의아한 눈빛. "누구?" 마치 그런 이름의 사람을 모르는 것처럼 그들은 반문했다. 학교 출석부에도, 반 명단에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내 폰 속 문자 대화도, 그녀와 찍은 사진들도 모두 사라졌다. 마치 모두가 합의한 듯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다.
열흘째 되는 날, 나는 민지의 집을 찾아갔다. 골목길 끝 낡은 아파트 507호. 초인종을 누르자 처음 보는 중년 남성이 문을 열었다. "여기 민지라는 학생이 사는데요."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농담이야? 우리 딸 이름은 민지가 맞지만, 3년 전에 죽었어."
그날 밤, 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다. 내 필체로 가득 채워진 페이지들 사이에서 낯선 글씨체의 메모가 눈에 띄었다. '너만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는 너도 잊어야 해. 미안해.' 마지막 페이지에는 내가 쓴 적 없는 글이 있었다. '오늘 옥상에서 민지를 만났다. 그녀가 뛰어내리는 걸 막지 못했다. 내 잘못이다. 모두 내 잘못이다.'
공포에 질려 일기장을 내던지는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바람이 스쳤다. 방 안에 장미향이 가득했다. 벽에 비친 그림자는 내 것 하나뿐이었지만, 어깨에 무거운 손이 얹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임. "널 사랑했어. 그래서 널 지키려고 했어. 하지만 넌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지."
이제 나는 안다. 매일 밤 들려오는 창문 두드리는 소리의 정체를. 꿈에서 반복되는 옥상에서의 장면을. 그리고 왜 그녀의 고백만 기억하고 다른 모든 기억은 사라졌는지를. 사람들은 내게 정신과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공포는 때로 진실을 감추는 가면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내가 기억해야 할 진짜 고백은 내 입에서 나와야 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