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고백: 16가지 방식의 사랑
하루에 열여섯 번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한 날, 나는 MBTI에 관한 책 열여섯 권을 탐독했다. 사랑의 과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고백은 INTJ처럼 계획적으로, 두 번째는 ESFP처럼 즉흥적으로. 나는 상상 속에서 그녀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했고, 어떤 유형이 그녀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밤새 분석했다.
"정은아, 널 사랑해. 이건 논리적 결론이야." INTJ식 고백은 아침 9시 정확히 커피숍에서 이루어졌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혼란스러움은 예상했던 변수였다. 10시, 나는 ENFP처럼 꽃다발을 들고 그녀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네 미소가 내 하루를 밝게 해!" 그녀의 동료들은 박수를 쳤지만, 그녀는 당황한 미소만 지었다.
열두 번의 고백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나는 지하철 의자에 무너지듯 앉았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당신의 MBTI는 ISFJ입니다'라는 결과가 떠 있었다. 내가 진짜 나로서 그녀에게 다가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아침에 놓고 간 MBTI 책이 들려 있었다.
"네가 이거 읽고 있었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난 널 열여섯 번 거절할 뻔했네."
순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알아? 난 MBTI 같은 건 믿지 않아. 사람은 그런 틀에 가두기엔 너무 복잡해." 그녀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냥 너답게 한 번만 말해봐. 그게 뭔지 알고 싶어."
나는 모든 계획과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심호흡을 했다. 손이 떨렸다. "정은아,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네가 웃을 때마다 내 가슴이 떨려. 네가 슬플 때 같이 울고 싶고, 네가 기쁠 때 함께 웃고 싶어. 이건... 그냥 나야."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찾아왔다. 따뜻했다. "이제야 진짜 너를 만난 것 같아." 그녀의 미소는 어떤 유형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날 밤, 나는 모든 MBTI 책을 책장 깊숙이 넣었다. 사랑은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고백은 모든 가면을 벗어던진 순간에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성격 유형 테스트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