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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고민

남편의 고민: 지우개가 된 아내

안개 속에서 목욕을 마친 듯 축축한 아침이었다. 내 아내는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 더 투명해졌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다. 그녀의 팔목이 흐릿해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43일 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돌아와 소파에 누운 그녀의 손목을 보았을 때, 마치 물속에 잠긴 것처럼 희미했다. "괜찮아?"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며 "그냥 좀 피곤해"라고 답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손목은 다시 선명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발목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의사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신체적으로는 완벽히 건강합니다." 그는 의학서적을 뒤적이며 말했다. "스트레스성 환각일 수도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권해드립니다." 나는 환각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라짐의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졌다. 한 달이 지났을 때, 그녀의 양팔과 다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출근했고, 식사를 준비했고, 웃었다. 아무도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그녀가 지워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신한테만 보이는 거야." 어느 날 밤, 그녀는 내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두려움보다 체념이 깔려 있었다. "내가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이유를 알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기엔 너무 두려웠다.

어제, 그녀의 얼굴만 남았다. 아침 식탁에서 공중에 떠 있는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본 게 언제였어?" 그녀가 물었다. 나는 기억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그녀를 투명인간처럼 대했는지, 언제부터 그녀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겼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다. 침대 위에는 그녀의 잠옷만이 공허하게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만지며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내가 그녀를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무관심이 그녀를 지워버린 것이다.

거울을 보니 이제 내 손목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두려움보다는 이상한 평온함이 밀려왔다. 남편으로서의 나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를 찾아야 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투명한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정말로 볼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