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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스트레스

다이어트의 유령, 스트레스의 그림자

체중계 바늘이 멈춘 숫자를 보는 순간, 오늘도 난 죽음을 경험한다. 3개월간 8kg 감량이라는 목표를 세웠건만, 바늘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미동도 없다. 숫자가 내 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목에 힘이 빠진다.

다이어트 앱이 요란하게 알림을 울린다. "오늘의 목표 칼로리를 달성하세요!" 그 소리가 내 귀에는 비웃음처럼 들린다. 냉장고를 열어보지만 그저 샐러드와 닭가슴살만이 나를 반긴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입 안에 쓴맛이 감돈다. 살아있는 동안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모두 빼앗긴 기분이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마감일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한다. 커피 한 잔에 기대어 제시간까지 마무리해야 할 보고서를 들여다본다. 블랙 커피의 쓴맛이 혀끝에서 맴돌지만, 설탕과 크림은 이미 내 금지 목록에 올라 있다. 배가 고프다. 아니, 영혼이 고프다. 다이어트와 일과 사이에서 나는 점점 희미해진다.

밤이 되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스트레스는 내 가슴 위에 무거운 바위처럼 앉아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다. 오늘도 해내지 못했다. 충분히 먹지 않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이 먹었다. 일은 끝내지 못했고, 내일은 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를 더 많이 먹게 만들고, 더 많이 먹는 것이 다시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것을. 내가 만든 완벽한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나는 원래의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체중계 위에 올라서기 전에 멈춰 섰다. 대신 거울 속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웃어보았다. 처음으로 체중계를 창고에 넣고, 식탁 위에 메모를 남겼다. "오늘은 숫자가 아닌 행복을 측정하는 날."

그날 점심,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파스타를 먹었다. 죄책감 없이, 스트레스 없이. 맛있게 웃으며. 그동안 음식과 체중에 집착하느라 놓치고 있던 작은 기쁨들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조금 늘었을지 모르지만, 어깨에 얹혀있던 무거운 바위는 사라졌다.

가끔은 체중계의 숫자보다 더 무거운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우리가 스스로에게 지우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이 두 유령은 내가 허락할 때만 내 삶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오늘도 체중계는 창고에 있다. 대신 내 식탁 위에는 작은 화분이 놓여있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그 식물처럼, 나 역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숫자가 아닌 행복의 무게를 재는 법을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