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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고백

생존의 고백: 내가 살아남은 이유

"배를 버리고 떠난 건 나였어요."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내가 한 고백이 순간 공기를 얼어붙게 했다. 십 년 전, 우리 동기 다섯 명이 참가한 요트 여행에서 돌아온 건 나 하나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폭풍에 요트가 전복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져 있었다.

와인잔을 손가락으로 돌리며 나는 계속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사이 구명보트에 식수와 비상식량을 챙겨 내렸어요. 폭풍은 제가 만든 거짓말이었죠."

동창회장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의 와인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뜨렸다. 진한 레드 와인이 하얀 대리석 바닥에 번져가는 모습이 마치 죄책감처럼 보였다.

"요트에 구멍을 내고 도망쳤어요. 그들이 깨닫기 전에..."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들에게는 살 기회가 없었어요."

모두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호흡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누군가는 눈물을 훔쳤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십 년 동안 나는 영웅으로 살아왔다. 죽음의 바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온 생존자로.

"하지만 왜?" 희생자 중 한 명의 여동생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분노보다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암이었어요. 말기였죠." 내가 대답했다. "의사는 3개월을 넘기기 힘들 거라 했어요. 나는...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바다에서 죽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주머니에서 오래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의사의 진단서였다. 날짜는 요트 여행 일주일 전이었다. 종양 크기, 전이 상태, 기대 수명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살아남았어요. 병원에 돌아가니 종양이 사라졌더군요. 의학적 기적이라고들 했죠." 내 말에 누군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네 명의 목숨과 맞바꾼 기적이라고."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제가 왜 왔는지 아세요? 내일 법정에 자수하러 갑니다. 하지만 그전에..." 테이블 위에 봉투 네 개를 올려놓았다. "그들의 가족들에게 전해주세요. 제 모든 재산입니다."

나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누구도 나를 막지 않았다. 문턱을 넘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살아남았지만, 그날 바다에서 나도 죽었습니다. 다만 오래 썩어가고 있을 뿐이죠."

문을 닫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 바깥 공기는 차가웠지만, 생존의 무게보다는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