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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간식

스트레스의 달콤한 간식

수정이는 '한 입만'이라는 말을 끝으로 과자 봉지를 열었다. 사무실 형광등 아래 잔업의 시간, 그녀의 책상 위에는 마감 기한과 씨름하는 키보드와 수십 개의 빨간 메모지가 있었다. 그리고 반쯤 비워진 간식 봉지들 – 스트레스의 전투에서 그녀가 고용한 달콤한 용병들.

"이건 마지막이야, 정말로." 그녀는 입 안 가득 초콜릿을 물고 속삭였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질수록 간식의 칼로리도 비례해서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평범한 날에는 견과류, 약간 불안한 날에는 초콜릿 한 조각, 그리고 오늘처럼 보고서가 쏟아지는 날에는 온갖 당분과 지방의 향연이 펼쳐졌다.

책상 서랍 속에는 그녀만의 비상용 '스트레스 간식 키트'가 있었다. 감정 상태별로 분류된 간식들. 불안감에는 바삭한 과자, 분노에는 씹을수록 만족감을 주는 젤리, 무기력함에는 달콤한 초콜릿. 동료들은 그녀의 이런 습관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운동으로 풀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데드라인의 압박 속에서 한밤중에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수정은 상담사에게 이 습관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간식으로 달래는 건 일시적 도피일 뿐이에요." 상담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캐러멜 크런치의 달콤함은 그 어떤 조언보다 강력한 위안이었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보고서와 간식 봉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시간은 흘렀다. 문득 모니터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입가에 묻은 초콜릿 자국과 지친 눈빛. 그리고 그 순간,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녀가 간식에 의존하는 건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통제감이었다. 혼란스러운 업무 환경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작은 기쁨.

수정은 간식 봉지를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마지막 스트레스 간식을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은 먹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 간식을 내일의 작은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트레스 없이 살 수는 없지만, 그것을 대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상 위에 남겨둔 간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간식 대신 물 한 잔을 들었다. 어쩌면 간식은 스트레스의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만든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였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든 순간,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워진 어깨를 느꼈다.

책상 위의 간식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스트레스의 도구가 아닌,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기쁨, 그리고 때로는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