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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남편

스트레스 남편: 그의 부재가 남긴 것

남편의 양말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소파 밑에 놓여있었다. 혜진은 그것을 주워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혼한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집안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오늘도 출근길은 전쟁터였다.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의 팔꿈치가 그녀의 갈비뼈 사이로 파고들었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팀장은 마감 기한이 당겨진 프로젝트 파일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혜진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이럴 때 예전에는 남편에게 전화해 투정을 부렸다.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때, 혜진은 문득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두 사람의 저녁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냉장고에 반찬이 떨어져도, 쓰레기통이 가득 차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트레스 관리 앱에서 알림이 울렸다. '오늘의 호흡 명상을 시작하세요.' 남편과 살 때는 그런 앱이 필요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는 그와의 다툼으로 해소됐고, 화해의 포옹으로 마무리됐다. 그때의 스트레스는 적어도 살아있는 감정이었다. 지금의 스트레스는 무감각한 공허함 같았다.

저녁, 집에 돌아온 혜진은 오랜만에 와인을 한 병 열었다. 그와 함께 마시던 와인. 텅 빈 소파 반대편을 바라보며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남편이 있을 때는 스트레스가 그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남편이 없는 지금은 스트레스가 그리움의 형태로 찾아왔다.

"난 당신이 주는 스트레스조차 그리워하는 바보가 됐어요."

혜진은 와인잔을 들어 빈 공간을 향해 건배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를 확인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편이었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혜진아... 나 지금 집 앞이야. 잠깐 올라가도 될까?"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남편이 없는 삶은 스트레스가 없는 것 같지만, 실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채워졌을 뿐이었다. 지금 문을 열어주면 다시 그 익숙한 스트레스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살아있는 감정이었다.

혜진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 입구에 서 있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다. 한 손에는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와인 한 병을 들고 있었다. 혜진은 문득 깨달았다. 스트레스와 사랑은 때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그 얼굴이 남편일 수도 있다는 것을.

혜진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다시 시작될 스트레스와 사랑의 복잡한 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