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다이어트: 버려야 할 무게
거울 속 그녀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민지는 이제 숫자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체중계는 부서져 버렸고, 몸을 옥죄던 캘린더의 붉은 동그라미들도 모두 지웠다. 그러나 자유로워진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이번 달 목표 미달이에요. 프로젝트 시작부터 이런 식이면 앞으로 어쩌실 건가요?"
회의실에 떨어진 부장의 말은 차가운 얼음조각처럼 민지의 등골을 타고 내려왔다. 숨이 턱 막혔다. 예전의 민지라면 화장실로 달려가 몰래 눈물을 훔치며 식단 앱을 열어 오늘의 칼로리를 또 줄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죄송합니다만, 그 부분은 제가 미리 보고드렸던 리스크였습니다. 대안 계획도 함께요."
민지의 목소리에 떨림이 없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그녀의 손에는 더 이상 땀이 배어나오지 않았다. 삼 개월 전, 그녀가 시작한 '스트레스 다이어트'의 효과였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민지는 비웃었다. 심리 상담사가 건넨 노트에는 '오늘 버린 스트레스'를 적는 칸이 있었다. 칼로리를 세듯 스트레스를 세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담사의 말은 달랐다.
"다이어트란 버리는 행위입니다. 당신은 살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버려야 해요."
민지는 그날부터 자신을 옥죄는 모든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항상 웃고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 '누구보다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하나씩 지워나갔다. 지울 때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회의가 끝나고 민지는 사무실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예전에는 허리와 뺨의 살을 집어보며 한숨짓던 장소였다. 오늘은 달랐다. 거울 속 여자는 웃고 있었다. 체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사람 특유의 가벼움이 느껴졌다.
민지는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오늘의 스트레스 다이어트 항목을 적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과감히 줄을 그어 지웠다. 그 순간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가 갑자기 달콤하게 느껴졌다. 민지는 오랜만에 배고픔을 느꼈다. 진짜 배고픔을. 허기가 아닌 삶에 대한 욕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지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정말 줄여야 할 것은 몸의 크기가 아니라, 우리를 작아지게 만드는 생각들이라는 것을. 그녀의 스트레스 다이어트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루하루 마음이 가벼워질수록, 그녀는 역설적으로 더 큰 공간을 차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