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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비밀

스트레스와 비밀: 잊혀진 봉투

다섯 번째 심장 발작은 항상 그렇듯 예고 없이 찾아왔다. 적어도 의사들은 그것을 심장 발작이라 불렀다. 김도윤은 그것이 진정한 이름을 숨긴 채 찾아오는 스트레스의 유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병실의 형광등 빛이 그의 얼굴을 청백색으로 물들였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규칙적인 '삐-' 소리가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유일한 신호였다. 간호사가 남긴 물잔에서는 레몬 한 조각이 떠다니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흩어져 있었다.

"비밀이 당신을 병들게 하고 있어요." 주치의는 차트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스트레스가 당신의 심장을 갉아먹고 있어요. 뭐든 말해보세요. 제게든, 상담사에게든."

도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15년 동안 가슴 깊숙이 묻어둔 비밀을 꺼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 비밀은 그의 DNA처럼 몸에 각인되어 있었다. 원래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말하지 않을수록 무거워지고, 무거워질수록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병실을 나서려는 의사에게 도윤은 말했다. "내 서랍장에 봉투 하나가 있어요. 내가 죽으면 그걸 열어주세요."

그날 밤, 도윤은 꿈을 꾸었다. 15년 전, 눈부시게 맑았던 그날의 한강변. 웃고 있던 그녀의 얼굴. 물살에 휩쓸려 사라지는 부름소리. 그리고 도윤이 내리지 않았던 손.

다음 날 아침, 도윤은 퇴원 수속을 밟았다. 집으로 돌아와 먼지 쌓인 서랍장을 열었다. 노란 봉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 봉투를 열어보기로 했다. 안에는 15년 전 신문 스크랩 하나와 작은 메모지가 들어있었다.

"한강에서 여대생 익사, 동행자 행방 묘연"

메모지에는 그날 그가 기억하지 못했던 진실이 적혀 있었다. 그가 그녀를 구하려 뛰어들었다는 것. 그러나 물살이 너무 강해 둘 다 휩쓸렸다는 것. 그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구조되었지만, 그녀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도윤은 15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비밀이,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다만 기억하지 못했을 뿐.

창가에 서서 도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아프지 않았다. 몸에 깊이 박힌 가시가 빠져나간 것 같은 해방감이 밀려왔다. 그는 봉투를 손에 쥐고 한강으로 향했다. 이제 그 비밀은 강물에 녹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랜 스트레스의 무게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