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생존: 마지막 숨결까지
그가 첫 번째 알람을 무시한 건 그날 아침이 마지막 평화로운 순간이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세 번째 알람이 울렸을 때, 현우는 마침내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제 마감했던 보고서의 잔상이 아직 망막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오늘도 살아남아야지."
그의 아침 주문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된 채로 샤워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 잠시나마 정신이 맑아졌다. 거울 속 그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존과 스트레스가 동의어가 된 것은.
출근길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가득했다. 숨 쉴 공간조차 없는 이 금속 통 안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옆 사람의 땀 냄새, 귓가를 스치는 한숨 소리,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무표정한 얼굴들. 모두가 같은 생존 게임의 참가자들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그를 맞이했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순간, 메일함에는 이미 20개의 읽지 않은 메일이 붉은색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제목은 단 한 단어. '긴급'.
"현우 씨, 오늘 임원회의 자료 준비됐죠?" 팀장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 회의가 내일인 줄 알았다.
"네...물론이죠." 현우의 말과 달리 그의 얼굴에는 땀이 맺혔다. 시간은 오전 9시 15분. 회의는 11시. 그에게는 1시간 45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을 채웠다. 그의 손가락은 마치 피아니스트의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었고, 입안은 마르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그의 몸 곳곳을 지배했다.
10시 58분,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완성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아니, 적어도 이번 고비는.
회의실로 향하는 길,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것이 정말 '생존'인가? 아니면 그저 살아있는 척하는 것인가?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폭풍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숨을 몰아쉬는 걸까?
회의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자료는 호평을 받았고, 그의 머릿속에서는 잠시나마 경보음이 멈췄다. 점심시간, 그는 회사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햇살이 따스했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두 글자가 반짝였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
"현우야, 괜찮니? 너무 무리하지 마..."
그 순간, 현우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살아남기 위해 너무 바빠 정작 '살아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스트레스는 생존을 위한 경고음이 아닌, 우리가 진짜 삶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