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는 스트레스: 그 달콤한 불안의 경계선
박하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혀끝에 남는 쌉싸름함, 그것이 민지가 정의내린 '썸'의 맛이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문득 깨달았다.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자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썸은 사랑의 전초전이 아니라 현대인의 스트레스 유발 기법 중 하나예요." 지난주 친구 유진이 던진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지만, 사실 그 말이 점점 더 와닿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그의 메시지를 기다리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배양하고 있었다.
그와의 관계는 이미 3개월째. 데이트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고,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깊은 그 회색지대. 손을 잡았지만 키스는 없었고, 서로에게 특별하다고 느끼지만 '우리'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모호함이 주는 스릴도 있었지만, 이제는 불안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메시지.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손가락이 떨렸다. 바로 답장하면 너무 간절해 보일까?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은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일까? 이런 고민조차 스트레스였다. 그가 보낸 모든 신호를 분석하고, 내가 보내는 모든 메시지를 세 번씩 검토하는 일상. 이것이 로맨스인가, 아니면 천천히 진행되는 정신적 고문인가.
"곧 만나." 결국 20분 후에 답장했다. 그리고는 옷장을 열어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캐주얼하게 입으면 무심해 보일까, 드레스를 입으면 너무 열심히 보일까. 이 역시 스트레스였다.
카페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그 순간, 모든 복잡한 감정이 사라졌다. 아, 이것이 내가 이 모든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이유구나.
"요즘 뭐가 스트레스야?" 그가 물었다.
민지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솔직히... 우리 관계가. 우리가 뭔지 모르겠어서."
침묵이 흘렀다. 긴장감이 공기 중에 감돌았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나도 그랬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그 얘기 하려고 했어."
민지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내려앉았다. 끝인가? 시작인가?
"우리 이제 썸 끝내고... 진짜로 시작해볼래?"
그 순간, 민지는 깨달았다. 썸타기의 스트레스는 결국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변화에 대한,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혹은 행복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지금, 그 두려움을 함께 마주할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민지는 웃으며 답했다. "좋아."
어쩌면 스트레스의 정체는 변화 직전의 에너지일지도 모른다. 마치 번데기가 나비가 되기 위해 겪는 고통처럼, 우리의 썸타기 스트레스도 어떤 아름다운 변화의 전조였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