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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아내

스트레스의 아내

그녀가 그린 그림에는 항상 눈이 없었다. 남편인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세 번째 그림을 벽에 걸었을 때였다. 얼굴에 빠진 눈이 마치 검은 구멍처럼 나를 응시하는 듯했다. 아내 서연은 회사 사직 후,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난 지금 행복해"라고 매일 아침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그녀의 캔버스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스트레스에 찌든 채 퇴근하자, 거실엔 새 그림이 걸려 있었다. 홍채 없는 여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감 냄새가 아파트에 가득했고, 주방에서는 미세하게 탄 요리 냄새가 났다. 서연의 스테이크는 항상 완벽했는데.

"오늘은 좀 어땠어?" 내가 물었다.

"좋았어. 그림도 잘 됐고." 그녀는 계속 접시를 닦으며 뒷모습만 보였다. 손가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물감인지, 스테이크 소스인지 불분명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의 스케치북을 열었다. 페이지마다 동일한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모두 눈이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눈이 없어도 모든 걸 볼 수 있다."

다음 날 출근길, 부장은 또 날 불러세웠다. "이번 프로젝트도 망치면, 자네 미래는 없어." 그의 말이 귓속에 쐐기처럼 박혔다. 나도 모르게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손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스트레스와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집에 도착하니 거실에 또 새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번에는 내 얼굴이었다. 눈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쪽지 한 장. "나는 네 스트레스가 보여. 그것이 너를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도. 하지만 넌 그걸 모르지."

화장실에서 아내를 발견했다.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왜 그래?" 내가 물었다.

"당신이 내 그림을 보는 방식이 무서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단지 당신의 스트레스를 그리고 싶었어. 그걸 그려내면 당신이 그걸 인식할 수 있을까 해서..."

갑자기 깨달았다. 눈이 없는 얼굴들. 그녀는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그리고 있었다. 나의 스트레스, 나의 공허함, 내가 매일 감추려 했던 것들.

"오늘부터 그림 수업을 같이 들을래?" 그녀가 물었다. "둘이 함께."

처음으로 아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보지 못했던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스트레스는 내 아내를 앗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그림이 우리를 다시 연결해주고 있었다. 때로는 눈을 감아야만 진실이 보이는 법이다.